마약 수사한다며 권총 협박
한국인 관광객들이 필리핀에서 현지 경찰이 포함된 납치사기단에 붙잡혔다가 수천만 원을 내고 9시간여 만에 풀려났다.
충남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11∼14일 일정으로 필리핀 관광에 나선 성환체육회 회원 12명 중 4명과 한국인 가이드 최모 씨(33) 등 5명은 귀국 비행기를 타기 4시간 전인 14일 오전 10시경 숙소인 마닐라 다아아몬드호텔에서 나와 인근 쇼핑센터로 이동하다가 사복 차림의 권총을 든 괴한들에게 붙잡혔다. 이들은 대기하고 있던 9인승 밴에 이들 일행을 강제로 태운 뒤 인근 경찰서 부속 건물로 데려가 “우린 경찰인데 마리화나 소지 혐의로 체포한다”며 조사를 시작했다.
여기서 현지 한국인이라는 톰이라는 이름의 50대 남자가 개입해 “마리화나 소지로 붙잡히면 수년을 감옥에서 살게 된다. 어떤 식으로든 이를 풀어야 한다”며 몸값을 내고 해결할 것을 종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천안서북경찰서는 같이 입국한 프리랜서 가이드 최 씨가 납치범들과 공모한 혐의가 짙다고 보고 체포하는 한편 체육회 일행이 납치된 곳이 경찰서임을 확인해 외교통상부를 통해 필리핀 경찰에 알렸다. 필리핀 경찰은 현재 톰과 납치를 주도한 필리핀 현지 경찰 10명을 납치 혐의로 수사 중이다.
천안=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