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년 2년 남기고 명퇴… ‘문학 콘서트’ 떠나는 권영민 서울대 교수
“연구실 밖으로 나와 독자들을 많이 만날 생각입니다.” 명예퇴직한 뒤 전국을 돌며 ‘문학 콘서트’를 열 예정인 권영민 서울대 교수.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 선 권 교수는 “매번 실내에서만 사진을 찍었는데 야외에 서 촬영하니 기분이 새롭다”며 웃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인문학자들이 인문학의 위기 운운하면서도 연구실에 앉아 연구자들을 위한 연구만 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였다는 반성을 하게 됐지요. 대중과 소통하기 위해 그들 속으로 뛰어들고 싶습니다.” 새 출발선에 선 그를 7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만났다.
―정년이 남았는데 왜 학교를 나왔습니까.
광고 로드중
―퇴임 후가 걱정이 됐을 텐데요.
“이런저런 생각이 많았죠. 그러다 문학에 대해 느껴온 안타까움을 돌아보게 됐어요. 옛날에는 사회문화적인 변화 담론의 중심에 늘 문학이 자리했는데 이제는 주변부로 밀려났습니다. 인문학의 상상력이나 창의적 사고방식을 원하는 대중은 여전히 많지만 정작 인문학자들은 대중과 소통하는 데 소홀했죠.”
―그래서 준비하는 ‘문학 콘서트’를 설명한다면….
“한 달에 한 번 정도 제가 아는 동료, 제자, 문인들과 관객이 모여 작품과 사회에 대해 소통하는 자리입니다.”
광고 로드중
“대개 책을 출간한 뒤 홍보하는 수단이 되고 있죠. 저는 일회성이 아닌 지속가능한 콘서트를 생각하고 있어요. 문학뿐 아니라 인간다운 삶의 가치 등을 모색하는 대화의 장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일방적인 강의가 아니라 관객들이 직접 무대에 올라와 함께 꾸미는 쌍방향 소통의 장으로 꾸밀 겁니다.”
―어느 분과 함께 하시나요.
“소설가 김영하 씨와 첫 회를 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소설가 서영은, 윤후명 씨 등 여러 문인들이 행사 취지에 공감하더군요. 한국 문인들은 문사(文士), 선비 기질이 강해요. 고고하게 홀로 지내려 하죠. 하지만 매체 환경이 바뀌고 독자들의 감성도 바뀌었어요. 21세기는 소통의 시대입니다. 문인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사고하고 참여할 필요가 있습니다.”
―1972년 10월 창간된 문학사상이 올해 40주년을 맞습니다.
광고 로드중
서울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권 교수는 한국현대문학을 전공했다. 대표 저서로 ‘한국현대문학사’가 있으며, 이상과 한용운 전집을 펴내 이들의 문학적 성과를 재조명했다. 미국 하버드대,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와 일본 도쿄대의 초빙교수를 지내며 한국 문학의 세계화에 힘쓰기도 했다. 그에게 퇴임 후 저술 계획에 대해 물었다.
“제자들이 퇴직 기념논문집을 만들어 주겠다고 했는데 거절했어요. 읽는 사람도 별로 없을 책을 만들어 뭐 하나 싶어서요. 그 대신 다음 달 퇴임 기념강연회 즈음에 그동안 기고한 글을 모은 ‘문학 시대를 말하다’(태학사)와 시인 이상에 대한 질문과 답을 정리한 ‘이상 문학의 비밀 13’(민음사)을 펴냅니다. 원고를 제자들에게 읽혀서 어렵다고 하는 부분은 다시 풀어 썼어요. 이제는 연구자들보다는 대중의 눈높이에 맞추려고요.”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