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엄마의 사연■ 12번째 서울 찾아온 일본인 어머니의 절규
한국에서 사라진 딸 나카무라 미나코 씨를 15년째 찾고 있는 어머니 나카무라 구니 씨가 3일 오후 자신이 묵고 있는 서울 중구의 한 호텔 카페에서 딸 얼굴이 담긴 실종 전단을 보며 슬픔에 잠겨 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실종 당시 19세였던 미나코 씨는 대입 재수학원 등록을 준비하던 중 일본 니가타 공항에서 출국해 한국 김포공항으로 입국한 기록만을 남기고 갑자기 사라졌다. 수사에 나섰던 일본 경찰은 나카무라 씨 이름으로 예약된 서울행 대한항공 티켓과 실제 그가 해당 항공편으로 서울에 입국한 사실을 확인한 것 외에는 어떤 흔적도 찾지 못했다. 1999년 12월 구니 씨의 수사 의뢰를 받고 미나코 씨를 찾아 나선 한국 경찰도 큰 성과 없이 2005년 사건을 미제로 종결했다.
미나코 씨가 실종된 사실이 처음 알려지던 해 일본 사회도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일반 시민들로 구성된 ‘나카무라 미나코를 찾는 모임’이 결성되기도 했고 TV 프로그램에서는 초능력자를 앞세워 미나코 씨를 찾는 시도도 했다. 일부 언론은 나카무라 씨의 납북 가능성까지 조심스레 제기했다. 하지만 이 같은 관심마저도 세월과 함께 사라져 버린 상태다.
이번이 12번째 한국 방문이라는 구니 씨는 3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기자와 만나 “넋을 놓고 있는 것보다는 딸이 사라진 한국에 있는 것이 마음 편하다”고 했다. 한국 공항에 내려 공기를 들이마시면 왠지 딸과 같은 공기를 마시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해진다고도 했다.
그는 아직도 딸과의 마지막 대화를 잊지 못한다. 유독 애교가 많던 딸은 실종 전날 밤까지도 교사였던 구니 씨가 학교에 가져갈 장식품 교재를 함께 만들었다. 그는 “따로 옷이나 돈을 챙겨간 흔적도 전혀 없었다. 아직도 딸이 사라진 이유를 짐작조차 하지 못하겠다”고 했다.
구니 씨는 한국에 와 있는 동안 서울 곳곳에 딸을 찾는 전단 1000장을 붙였다. 그가 한국어와 일본어로 직접 제작한 전단에는 딸의 마지막 모습과 함께 ‘어디서 뭘 하고 있니, 건강하게 있다고 알려주렴. 기다리고 있단다’라는 애타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실종 당시 19세의 나카무라 미나코 씨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