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용필 체육과학연구원 정책개발연구실 부장
‘맹자’에 이런 말이 있다. ‘마음을 수고롭게 하는 자는 남을 다스리고, 몸의 힘을 수고롭게 하는 자는 남에게 다스림을 받는다.’ ‘노심’이 ‘노력’보다 먼저라는 의미인데 노심도 치우치면 속이 탄다(노심초사·勞心焦思).
야구 용어에도 ‘노심(no seam)’이란 말이 있다. ‘심’은 꿰맨 자국을 뜻하는데, 야구공은 108개의 심(실밥)으로 꿰매졌다. 두 개의 실밥에 손가락 두 개를 걸쳐 잡고 던지는 변화구성 투구법이 투심이다. 포심은 실밥에 손가락 네 개를 걸쳐 던진다. 노심 볼은 실밥을 잡지 않고 던지는 구질로 공의 회전이 적기 때문에 매끄럽게 날아가다 너클볼처럼 타자 앞에서 가라앉는 특질이 있다.
스포츠는 훈련의 결과이기 때문에 정직하고 매끄럽다. 정상은 그만큼 어렵기에 보람 또한 크다. 최고의 등반가들이 에베레스트에 도전하는 이유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겨우 2인용 원탁식탁이 놓일 만큼의 넓이에서, 소수만이 정상 탈환 뒤에 숨겨진 무한대의 희열을 맛보기 때문이다.
하루에 천리를 달리는 말이 아니면 어떤가. 둔한 말이라도 열흘을 달려가노라면 천리마를 따라잡을 수 있다(노마십가·駑馬十駕). 온통 정가 뉴스로 여의도로 관심이 쏠린들 어떤가. 선수들의 땀과 열정, 연구원들의 과학적 지원, 그리고 국민의 응원 속에서 정상을 향해 오르고 또 오르면 그땐 적막한 태릉선수촌도 사람 사는 동네처럼 북적일지도 모를 일이다. 젊은 그대, 당신들의 계곡은 우리들의 정상보다 높다!
황용필 체육과학연구원 정책개발연구실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