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가 4억 임야 7억 매입 등 1년새 118건 자기낙찰전문가들 “이해 힘든 거래”… 부실 대출 숨기기 의혹
저축은행들이 담보 회수를 위해서 경매에 채권자로 참여한 뒤에 그 물건을 자기가 낙찰 받아버리는 ‘자기낙찰’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자기낙찰을 할 때 감정가보다 훨씬 비싼 가격으로 낙찰을 받는 등 통상적인 경매 투자행태와 다른 ‘이상한 행보’를 보이는 사례가 적지 않아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저축은행들의 이상한 자기낙찰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초부터 1월 말까지 저축은행의 자기낙찰 사례는 모두 118건에 이른다. 같은 기간 국민 신한 등 일반 시중은행의 자기낙찰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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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인천지방법원 경매에 나온 감정가 4억6828만 원의 공장도 마찬가지다. 채권자인 금화상호저축은행은 감정가보다 조금 더 보탠 4억6830만 원에 사들였다. 지난해 10월 한국상호저축은행은 자신들이 후순위 채권자로 있던 감정가 18억 원짜리 송파구 아파트가 1회 유찰돼 최저가가 14억4000만 원으로 떨어지자 18억 원으로 올려 써 낙찰 받았다.
○ 부실대출 등 문제 있을 개연성
전문가들도 자기낙찰과 고가 낙찰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시중은행 여신관리 담당자는 “외환위기 이전에는 시중은행들도 자기낙찰을 받는 경우가 있었지만 요즘은 비업무용 자산 보유에 따른 수익성 악화 우려 등으로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감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 받는 것도 이해하기 힘든 ‘이상한 거래’란 것이 경매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지옥션 남승표 선임연구원은 “경매란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낙찰 받아 이익을 남기는 것이 핵심이다”라며 “낙찰을 감정가보다 높게 받는다든가 감정가와 비슷한 가격에 되사는 건 이해하기 어려운 방식”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저축은행들의 이해하기 어려운 자기낙찰 이면에는 ‘묻지마 대출’ 등의 부실이 감춰져 있을 개연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안종식 금융감독원 저축은행감독국장은 “자기낙찰 자체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기 때문에 대출 시점의 세부 정황을 봐야 한다”며 “문제가 있으면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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