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도, 야당도, 사회도 모두 기업에 등을 돌린 느낌입니다. 어디 한 곳 의지할 데가 없으니 믿을 곳은 이제 우리 내부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타당한 비판은 달게 받겠지만 마녀사냥 식의 ‘대기업 때리기’에는 적극 반박하고 해명할 것입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한 고위 간부는 재계의 상황을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비유하며 이렇게 위기감을 전했다.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을 앞두고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까지 나서 ‘양극화의 주범’으로 대기업을 지목해 압박하며, 각종 규제정책을 쏟아낼 게 뻔하다는 걱정이었다.
재계 일각과 전경련 내부에서는 ‘1년 내내 매 맞을 일밖에 없다’는 위기감에서 ‘벼랑 끝까지 내몰리기 전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강경 기류도 감지된다. 실제 전경련은 연초부터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동반성장위원회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과정을 비판한 뒤 동반위의 반박이 나오자 이를 다시 반박하는 논전(論戰)을 벌이기도 했다.
한국경영자총연합회의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경총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의 기업정책에 목소리를 크게 내지 않았지만 이제는 내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라며 “전문가들과 대안을 찾고 해외 사례 분석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이달 기업 현장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세제, 규제 개혁, 산업 육성, 투자 등에 대한 정책 제안을 정리한 뒤 각 정당이 정강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다음 달 전달할 예정이다.
박용 산업부 기자
박용 산업부 기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