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소방사
이 같은 일이 생길 때면 며칠 동안 사고 소식이 뉴스에 나오고 열악한 소방관들의 처우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들린다. 하지만 영웅의 죽음도 시간이 지나면 국민들의 기억 속에 잊혀지는 것처럼 소방관의 처우에 대한 관심도 사라진다는 것을 이미 여러 차례 경험했다. 그런 현실 속에서 가족과 동료들은 먼저 떠나보낸 이들의 죽음을 잊지 않고 가슴에 묻고 살아간다.
며칠 전 사고와 같이 화재 현장에서의 안타까운 죽음, 낡은 특수차와 장비를 사용하다 발생하는 있어서는 안 되는 사고, 고양이를 구조하다가 맞바꾼 더없이 소중한 생명, 여름에 배수작업을 하다가 혹은 겨울에 고드름을 제거하다가 당하는 사고, 물이 불어난 하천에서 구조작업을 하다가 떠내려간 값진 생명들이 모두의 기억에서 잊혀졌는지 모르지만 우리 소방관들은 그 죽음을 언제나 잊지 않고 가슴에 간직하고 있다. 그리고 그와 같은 현장으로 다시 출동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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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화재 현장이란 있을 수 없다. 그리고 화재 현장에서 자신의 안전을 먼저 확보한다면 우리가 구하고자 하는 이들의 안전은 더욱 멀어진다. 우리가 찾아가는 그곳은 우리가 구해야 할 사람들이 가장 위험에 처한 순간이라는 단순한 사실을 알아줬으면 한다.
열악한 장비, 외상후스트레스, 생명수당 월 5만 원, 만성적인 인력 부족, 평균수명 58세, 살인적인 근무시간, 초과근무수당 미지급 등 소방관의 처우에 대한 관심이 사라진다고 해도 소방관들은 국민을 위해 맡은 소임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떠나간 동료들의 죽음만은 잊지 말아주시길 바란다.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켜주는 직업에서 보람 하나만으로 살아가는 것이 우리 소방관이다. 그런 소방관을 국민들이 지켜 주셨으면 한다. 그리고 남겨진 가족들도 모두가 함께 안아줄 수 있는 아름다운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그런 사회가 된다면 영웅의 장례식장에 박수 소리가 들리더라도 먼저 떠나는 선배 소방관과 남겨진 가족, 동료들의 마음이 조금은 편할 것이라 생각한다.
삼가 선배님들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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