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선임한 비대위원 명단에서 박 위원장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쇄신의 난국을 돌파할 수 있는 인물이 잘 보이지 않는다. ‘스몰(작은) 비대위’라는 인상을 준다. 왜 들어갔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이들도 섞여 있다.
박 위원장은 김종인 전 의원에 대해 “정파와 이념을 떠나 신망을 받고 있는 분”이라고 평가했다. 김 전 의원은 1980년 국가보위입법회의에 몸을 담았고 민주정의당 전국구 의원을 거쳐 노태우 정부 때 보건사회부 장관과 대통령경제수석을 지냈다. 그런가 하면 새천년민주당의 비례대표 의원과 부대표까지 지냈다. 한때 정운찬 전 총리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멘토로 불렸다. 김영삼 정부 시절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으로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도 있다. 재벌개혁의 주창자라는 말을 듣지만, 시류에 영합하고 정체성이 불분명하다는 비판도 따라다닌다.
박 위원장은 이상돈 중앙대 교수에 대해 “건강한 보수, 합리적인 보수를 대표하고 그동안 한나라당에 쓴소리를 해준 분”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광우병 사태와 천안함 폭침 때 보인 태도 때문에 ‘위장 보수’라는 혹평까지 듣는다. 광우병 사태 때 “보수는 이제 마지막으로 패배하고 있다”고 했고, 천안함 사태 때는 “폭침이 아니라 누수로 인한 사고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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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세대와 직업군에서 비대위원을 선임한 것이나, 비대위원 대부분이 박 위원장과 별로 인연이 없고 친이 친박 같은 계파색을 배제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20대 벤처 기업인을 영입한 것은 젊은층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참신한 이미지를 만드는 데 보탬이 될 것이다. 그러나 김 전 의원을 빼고는 외부 인사 모두가 정치 아마추어다. 일각에서는 박 위원장의 치마폭에 싸여 거수기 노릇을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나온다.
비대위 인선은 한나라당 쇄신의 첫걸음에 불과하다. 박 위원장이 한나라당을 환골탈태시키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결과물을 내놓을 것인지 지켜보고자 한다. 어제 비대위 첫 회의에서 한나라당 의원의 회기 중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고, 중앙선관위 디도스 공격과 관련한 ‘검찰 수사 국민검증위’를 설치키로 한 것은 잘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