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대 한국초고층도시건축학회장 고려대 건축사회환경공학부 교수
설계자가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이와 비슷한 사례가 상하이에서도 있었다. 101층짜리 상하이세계금융센터는 일명 ‘모리빌딩’으로 불리는 일본 회사 건물이다. 설계는 미국 회사가 맡았다. 초기 설계안에는 이 건물 상부에 지름 46m의 원형 개구부(Opening)가 있었다. 디자인 효과와 바람의 영향을 줄이려는 공학적 목적에서 시도했다. 그러나 중국인들이 일장기를 상징한다며 강한 거부감을 표시했다. 최종 설계안은 원형 대신 사다리꼴 형태 개구부로 수정됐다.
작은 규모 건물도 공공성을 생각해야 하지만 초고층건물은 공공성에 대해 좀 더 적극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경우 초고층건물은 그 도시의 랜드마크다. 이 건물을 주민들은 적어도 100년은 보고 살아야 한다. 건축주가 개인이든 정부든 내 건물은 내 마음대로 짓는다는 생각을 재고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 도시에서 초고층건물을 계획하는 데 시장의 입김이 지나치게 작용한 적이 있다. 시장은 행정의 책임자이지 건축 전문가는 아니다. 비전문가가 자신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지나치게 간여하면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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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세계적 건축가나 설계회사의 이름에 너무 열광한다. 그들의 재능과 축적된 기술력은 인정해야 하지만, 그들이 때로 지나치게 현혹하는 설계안을 제시하는 경우에도 옥석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기술 사대주의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초고층건물은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 프로젝트다. 이런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건축주에게는 또 다른 공공성이 요구된다. 이 역사적이고 기념비적인 건물을 짓는 동안 국내 설계기술과 엔지니어링 능력을 제고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요한 알맹이는 해외에 주고 뒤치다꺼리만 국내 업체에 맡기지 말고, 처음부터 국내외 업체에 동등한 경쟁의 기회를 제공해야 우리 업체도 자생력이 생긴다. 그리고 국내 업체에 용역을 주는 경우에도 저가의 덤핑 가격 경쟁을 유도하지 말고 기술력을 바탕으로 품질 경쟁을 시켜야 건축이 살아날 수 있다. 대학을 졸업하는 우수한 인재들이 건축을 버리고 다른 분야로 기웃거리는 오늘의 현실은 이런 저가 가격 경쟁의 사회적 풍토가 한몫을 하고 있다. 공대를 졸업한 건축 설계자와 엔지니어를 제대로 대접하는 것이 이공계 우대정책의 시발점이 될 것이다.
김상대 한국초고층도시건축학회장 고려대 건축사회환경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