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을 넘어 국가 경영한 큰 분”
미무라 아키오 신일본제철 회장이 15일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된 박태준 명예회장의 빈소를 찾아 방명록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박 명예회장은 이나야마 요시히로(稻山嘉寬) 신일본제철 사장에게 “오늘은 우리를 한번 이겨보라”며 약을 올리기도 했다. 박 명예회장은 신일본제철과의 축구 경기에 대해 “(우리가) 큰소리 칠 게 하나라도 있어 좋았다”고 회고했다. 지금은 대등한 파트너지만 당시 신일본제철은 포스코에 여러모로 ‘큰형님’이었다.
신일본제철의 미무라 아키오(三村明夫) 회장이 15일 방한해 박 명예회장의 빈소를 찾았다. 미무라 회장은 빈소에서 “박 명예회장은 하나의 기업을 일으킨 훌륭한 경영자이기도 하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고 국가 그 자체를 걱정하고 경영했던 큰 인물이었다”고 평가했다. 또 그는 “‘철(鐵)이 곧 국가’라는 박 명예회장을 비롯한 포스코와 신일본제철 선배들의 사상은 철로 국가에 공헌을 한다는 정신으로 양사 철강인들의 유전자에 남아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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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제철소 건립 이후 양사는 활발한 기술 교류를 통해 현재는 세계 최고의 철강기업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동남아 등 신흥시장에서는 서로 맞붙는 강력한 경쟁자이지만 원료 구매, 자원 개발 등의 분야에서는 협력하는 오랜 파트너이기도 하다. 현재 포스코가 신일본제철의 지분 3.5%를, 신일본제철은 포스코 지분 5.04%를 서로 보유하고 있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 미무라 회장이 동아일보에 보낸 朴회장 추도문 ::
고 박태준 명예회장은 포항종합제철의 초대 사장으로 취임하셔서 탁월한 경영 능력으로 세계 굴지의 철강 메이커로까지 성장시키셨습니다. 박태준 명예회장님께서 창업 당시부터 일관되게 견지해 오신 정신, 즉 철강업 발전을 위한 강한 의지는 포스코에서 대대로 계승돼 현재의 번영까지 연결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 명예회장은 기업경영자로서의 활약뿐만 아니라, 한일경제협회의 회장 역임, 포항공대의 설립 등 교육자로서도 진력하심과 동시에, 정치가로서 제32대 국무총리를 지내시는 등 한국의 발전뿐만 아니라 한일 양국의 우호 관계 구축에도 지대한 공헌을 하신 분이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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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철강업이나 한일 관계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 아직 많은 활약을 하셔야 하는데 정말 유감으로 생각합니다. 진심으로 고인의 명복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