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고리원전 잇달아 정지… 예비전력률 한때 8%
전력산업 전문가들은 “정부가 기업 등의 전력 사용을 최대한 억제하더라도 발전소의 가동이 중단되는 사고가 계속 발생하면 9·15 정전사태 같은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 원전 두 곳 잇단 가동 중단
한국수력원자력은 “13일 오후 울진원전 1호기(95만 kW급)에 이어 14일 오전 고리원전 3호기(95만 kW급) 가동이 중단됐다”며 “울진 1호기는 증기를 응축하는 설비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파악됐지만 고리 3호기의 중단 원인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9일에는 울산화력발전소(40만 kW급)의 가동이 중단돼 모두 230만 kW의 전력 공급이 차질을 빚게 됐다. 이는 정부가 내년 2월 말까지 매일 확보하기로 한 1일 최소 예비전력량(500만 kW)의 절반가량에 해당한다. 이날 오전 9시 50분경 예비전력률(전체 공급량―실제 사용량/전체 공급량)이 8%까지 떨어지자 김중겸 한국전력공사 사장은 전력 비상수급대책회의를 열고 전력을 많이 쓰는 기업 등 4013곳에 전기 사용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지식경제부는 “원전 두 곳이 정지됐지만 이날 예비전력은 평균 679만 kW를 유지했다”고 밝혔다.
원전 두 곳의 가동이 멈추면서 정비 중인 울진 4호(100만 kW), 5호(100만 kW), 월성 4호(70만 kW)를 합쳐 모두 5기의 원전이 발전을 중단한 상태다. 국내 전체 원전 21기 중 5기로 발전용량은 460만 kW에 이른다. 최근 5년간 원전 고장 중단 건수를 보면 2007년에 12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2008년 7건, 2009년 6건, 2010년 2건이었다. 올해는 모두 일곱 차례 고장으로 가동 중단됐다.
○ 정부는 전력 사용 줄이기에 안간힘
이번 대책에 따라 순간전력을 최대 1000kW 이상 쓰는 1만4000여 곳의 산업체 등은 피크 기간(5일∼내년 2월 말) 동안 오전 10시∼낮 12시, 오후 5∼7시 전력 사용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 이상 줄여야 한다. 또 순간전력을 100kW 이상 쓰는 4만7000여 곳의 일반건물도 피크 기간에 건물 온도를 온종일 20도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 노래방 등 유흥주점 등이 주로 사용하는 네온사인도 오후 5∼7시에는 사용할 수 없다. 예외적으로 광고 간판이 네온사인밖에 없으면 1개는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는 이를 위반하는 산업체나 일반건물에 에너지이용 합리화법을 적용해 한 번 위반하면 경고장을 발부하고 두 차례부터는 최대 3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 온풍기에 요금 표시제 도입
지경부는 전기온풍기와 스토브에는 하루 8시간 사용 기준의 월간 평균 전기요금 정보를 담은 라벨을 붙이도록 의무화했다. 또 지금까지는 사용 시 발생하는 전기요금 정보를 광고할 때 정기간행물, 제품안내서에만 기입하도록 했으나 앞으로는 홈쇼핑 인터넷쇼핑몰 인터넷신문 광고 때에도 의무적으로 표기하도록 했다.
현재 전기온풍기는 겨울 최대전력수요(전력피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 전기스토브는 4%로 각각 120만 대와 640만 대가량 보급돼 있다. 정부는 이달 말부터 전기장판 전열보드 전기온수매트 전기라디에이터 전기침대 등 5개 난방기기에도 이 제도를 적용할 예정이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