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 문화부장
한 주 동안 만난 사람들은 “볼 게 늘어 좋다”고 했고 일부는 “다른 나라도 이런 것(종편 채널)이 있느냐”고 물었다. 대답 삼아 소개하면 이렇다. 우리와 1인당 소득 규모가 비슷한 대만의 경우 시청률 1∼7위를 케이블 종합편성 채널이 점하고 있다. 이웃 일본은 케이블 TV가 출범하기도 전 후지TV, 니혼TV, TV아사히, TV도쿄 등이 이미 민방 다채널 시대를 이뤘다. 영국 독일 등도 위성방송, 케이블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종합편성 민방의 다채널 시대가 열려 있다.
신문사와 방송사가 계열을 이뤄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은 ‘글로벌 스탠더드’다. 2009년 미디어관계법이 국회를 통과하기 전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신문과 방송의 겸영(兼營)이 허용되지 않는 유일한 나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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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층 치열해진 방송시장에서 새 채널들이 건전하고 유익한 내용으로 승부할 수 있을까. 출발을 보면 안심할 만하다. ‘천상의 화원 곰배령’은 따뜻한 가족애를 그린 ‘무공해 드라마’로 찬사를 받고 있다. ‘이산가족 감동 프로젝트’를 표방한 예능 프로그램 ‘이제 만나러 갑니다’를 채널A가 방영한 4일 저녁, 광화문 일대 식당에서는 애틋한 출연진들의 사연을 지켜보며 눈가를 훔치는 사람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건강한 방송 생태계의 수립이라는 점에서도 새 방송사들의 출범은 의미가 크다. 지난해 통계를 보면 케이블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수만 240여 개지만 지상파 방송 3사와 드라마, 스포츠 등을 방송하는 계열PP의 수익이 지상파와 PP 전체 방송시장의 61.8%를 차지했다. 같은 콘텐츠를 반복 재생하는 3개 루프(loop)에 힘이 집중됐던 것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영방송 사장의 진퇴를 둘러싸고 날선 공방이 벌어지는 것도 이들의 여론 독과점과 지배력이 과도하기 때문이었다. 새 채널들의 탄생은 이 같은 판을 뒤엎는 ‘미디어 빅뱅’을 불러올 계기가 될 수 있다.
새 채널들은 저마다 노력과 지혜를 짜내 시청자들의 눈길을 붙잡으려 할 것이다. 시청자들은 새로운 정보의 창구를 편견 없이 이용할 것이다. 새로운 물길(Channel)들 위에 이뤄지는 항해가 어떤 모습을 갖춰갈까. 그 흥미로운 첫 장이 열렸다.
유윤종 문화부장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