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유승민 원희룡 남경필 최고위원의 어제 전격 사퇴는 홍준표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의 총사퇴를 이끌어내 당의 조기 쇄신에 불을 지피려는 의도다. 그러나 홍 대표가 즉각적인 사퇴를 거부하고, 의원총회에서도 재신임 쪽으로 결론이 나면서 ‘3인의 반란’이 즉각 지도부 와해로 연결될 것 같지는 않다. 그렇더라도 리더십에 상당한 상처를 이미 입은 홍 대표가 언제까지 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홍 대표 체제 붕괴는 사실상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관측이 대세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에도 불구하고 홍 대표 체제가 계속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박근혜 전 대표 측의 꾸준한 지원 덕분이다. 그동안 박 전 대표가 피력한 쇄신의 방향은 선(先) 정책 쇄신, 후(後) 정치 쇄신이었다. 재창당 수준의 쇄신을 하더라도 당을 깨는 것에는 반대했다. 홍 대표가 “예산국회가 끝난 뒤 정치 쇄신에 나서겠다”고 한 것이나 “재창당할 수 있는 로드맵과 대안을 갖고 있다”고 말한 것도 박 전 대표의 구상과 궤를 같이한다. 홍 대표는 1996년 15대 총선을 앞두고 민자당에서 신한국당으로 당명을 바꾸고 과감히 외부에서 ‘새 피’를 수혈한 재창당 방식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했다. 재창당 시한도 내년 2월까지라고 못 박았다.
이 정도의 리모델링을 당 구성원들이 수용할지는 의문이다. 일각에서는 아예 한나라당을 해체하고 새로 당을 만드는 재건축 식의 재창당을 주장한다. 미래희망연대와 자유선진당, 박세일 한반도재단 이사장이 추진하고 있는 대(大)중도신당 등 외부의 중도 및 보수 세력과의 통합도 모색해야 한다는 견해다. 5년 전 열린우리당의 일부 인사가 선도(先導) 탈당해 다른 당의 탈당 인사와 시민사회세력을 끌어들여 신당을 만든 뒤 나중에 잔존한 열린우리당과 합당 절차를 거친 재창당 방식을 원용(援用)하자는 이들도 있다. 한나라당 구성원들의 선택에 달렸지만 ‘재창당을 위한 재창당’이 국민에게 얼마만한 감동을 줄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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