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 “美 개입으로 민주화 희망 생겨”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64)은 미얀마 방문 마지막 날인 2일 아웅산 수치 여사(66)와 다시 만나 포옹을 하고 두 손을 마주 잡았다. 이들이 만난 곳은 수치 여사가 지난 20년의 세월을 대부분 가택연금으로 보냈던 옛 수도 양곤의 호수 주변 자택.
전날 저녁 양곤 시내 미국 외교관의 집에서 이뤄진 수치 여사와의 첫 만남에서 미얀마 전통의상을 입었던 클린턴 장관은 두 번째 만남에서는 재킷과 바지 정장 차림을 했다. 두 여걸은 하얀색 복층 건물인 집을 둘러보고 정원을 산책하며 얘기를 나눴다. AP통신은 “두 사람은 이날이 두 번째 만남인데도 마치 친자매처럼 유대감을 갖고 있는 듯했다”고 묘사했다.
클린턴 장관은 수치 여사에게 “이 나라의 국민들은 오랜 세월 동안 온갖 어려움에 직면하면서도 용기를 잃지 않았다”며 “우리는 이 나라가 세계무대에서 제 위상을 찾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수치 여사는 “우리는 미국이 우리 문제에 개입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우리가 민주화를 진전시킬 수 있다는 희망을 갖는 것도 미국의 개입 덕분”이라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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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방문에서 클린턴 장관이 수치 여사에게 특별히 공을 들인 것은 미얀마 민주화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명하겠다는 뜻도 있지만 최근 미국이 전개하는 ‘대(對)아시아 외교’에서 성과를 내려는 목적도 담겨 있다. 중국의 직접적 영향권에 놓여 있는 미얀마는 미국으로서는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교두보와 같은 곳이다. AFP통신은 “클린턴 장관이 이번 방문에서 미얀마 정권과의 관계 개선에 대한 수치 여사의 지지를 구했다”고 논평했다. 클린턴 장관은 또 미얀마 시민사회의 성장을 위해 미국 정부가 120만 달러(약 13억5000만 원)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