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주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
11월 23일을 ‘불명예스러운 날’로
북한군의 연평도 포격으로 군인 2명이 순직하고 민간인 2명이 사망하고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133동의 건물이 파괴됐고 10여 곳에서 산불이 났다. 우리 국민은 당시 포연 속에서 필사적으로 대피하는 주민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제2의 6·25전쟁을 떠올리고 근심으로 일상생활을 방해받았고 불안으로 잠을 설쳤다. 그 근심과 불안의 한편에는 연평도를 제대로 지키지 못한 군과 정부에 대한 불만도 있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과 우리의 대응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간단하다. 북한의 도발을 예방하려면 ‘도발 의지’를 소멸시켜야 한다. 어떻게 북한의 도발 의지를 꺾을 것인가. 북한체제와 위정자가 군사적 도발을 통해 정치군사적 이익을 얻을 수 없다는 생각을 갖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 북한이 군사적 도발을 할 경우 북한체제 유지의 버팀목인 군부가 망신을 당하고 체제 존립 자체에 큰 부담이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주어야 한다. 아울러 남북한 국력 격차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정치군사적 목적을 위해 언제라도 도발할 의지와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재확인했다.
교훈을 바탕으로 우리 군은 ‘능동적 억지’라는 북한 도발에 대비한 새로운 ‘대응개념’을 발전시키고 있다. 새로운 대응개념을 통해 확전 방지를 고려한 종전의 교전규칙 정신보다 우리 헌법이 규정한 ‘자위권 개념’을 국군 장병의 혼으로 체화해야 한다. 연평도 피격 이후 우리 군이 발전시키고 있는 능동적 억지 개념은 국내 및 미국 일부 안보전문가의 주장처럼 북한을 자극하는 게 아니라 북한의 도발 의지를 잠재우려는 것이다. 미 합참의장도 이러한 개념에 동의를 표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과 대응 과정에서 나타난 몇 가지 사실을 군사적으로 의미 있게 봐야 한다. 첫째, 북한군이 1차 공격 때 12분간 발사한 해안포 150여 발 중 90여 발이 해상에 떨어졌다. 준비된 도발인 점을 고려한다면 북한 해안포 및 포병 능력을 낙탄을 중심으로 재평가해야 한다. 낙탄율을 보고 북한군도 놀랐을 것이다. 둘째, 연평도 피격 이후 우리는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정기적으로 사격훈련을 실시해 연평도 인근 바다에 대한 북측의 주장과 도발 의지를 실질적으로 무력화하고 있다. 셋째, 북한 도발 상황에서 한미동맹은 효과적으로 작동했다.
만반의 준비로 北도발 의지 꺾어야
백승주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