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어제 서울 종로구 안국동 박원순 서울시장 야권 무소속 후보의 선거캠프를 방문해 박 후보를 지지하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안 원장은 지난달 6일 자신의 서울시장 출마 계획을 접고 대신 박 후보의 손을 들어주면서 “나는 이제 선거에 관여하지 않는다. 학교로 돌아간다. 본업으로 돌아간다”고 밝혔다. 졸지에 박 후보의 지지율이 5%에서 50%로 수직 상승했다. 안 원장이 다시 박 후보의 구원투수로 나선 것은 ‘이미지 협찬’을 통해 박 후보의 당선에 힘을 보태주려는 의도일 것이다.
안 원장은 현재 국립대 교수 신분이다. 공무원과 달리 대학교수의 선거 지원이 선거법에 저촉되는 것은 아니지만 교수 신분으로 정치의 영역과 상아탑을 오가는 것은 순수해 보이지 않는다. 현실정치에 적극 참여하는 ‘폴리페서(polifessor)’가 비판받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안 원장은 서울대 교수의 지위를 누리면서 박 후보에 대한 이미지 협찬을 통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안 원장이 내년 총선과 대선을 염두에 두고 ‘박원순 카드’를 통해 자신의 정치적 불씨를 살려나가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안 원장의 지지 선언이 박 후보 측의 적극적인 요청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안 원장 본인의 자발적인 선택인지는 분명치 않지만 대학원장의 정치겸업은 서울대 교수들 사이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안 원장은 박 후보에 관한 의혹 제기에 대해 근거 없는 네거티브라고 말했다. 정치 신인에 대한 검증이 무의미하다는 식으로 몰아가는 것은 공인(公人)의 책무를 이해하지 못한 태도다. 안 원장도 정치에 본격 뛰어든다면 정치 입문에 따르는 호된 신고식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안 원장이 박 후보를 천거한 이후 이번에 다시 지지 선언을 할 때까지 표출된 박 후보에 관한 의혹과 자질에 대한 평가를 분명히 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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