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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비하인드]증권사 전망 오락가락… 투자자들은 우왕좌왕

입력 | 2011-10-20 03:00:00


박선희 경제부 기자

최근 국내 증시 상황을 지켜보노라면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이 비단 주가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8월부터 시작된 약 2개월간의 폭락장 전후로 주가가 방향을 바꿔 움직일 때마다 각 증권사들이 내놓는 시장 전망 역시 낙관과 비관 사이를 오락가락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으로 본격적인 폭락장이 시작되기 전으로 되돌아가볼까요. 상반기까지만 해도 올 한 해 시장 전망은 장밋빛 일색이었습니다. 코스피가 2,400∼2,500을 돌파하리라는 낙관론이 지지를 받았습니다. 증권사들은 경쟁적으로 지수 상단을 올리기에 바빴습니다. 하지만 8월부터 불안한 조짐을 보이기 시작하더니 미국 신용등급 강등 여파로 시장이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즉각 도처에서 금융위기 트라우마가 되살아나기 시작했고 한동안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던 비관론자들이 하나둘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재정 위기로 삐걱대는 유럽, 신용강등 도미노 등 대외 악재가 잇달아 겹치자 비관론은 금방 대세가 됐습니다. 불과 한두 달 전의 낙관적 분위기와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 것입니다. 이때 증권사들의 시장 전망 보고서에는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 ‘살얼음판’ ‘암흑’과 같은 비관적인 구절들이 수시로 보였습니다. 지난달 대우, 삼성, 우리투자, 현대, 한국투자증권 등 국내 5대 증권사가 내놓은 10월 코스피 평균 예상치는 1,660∼1,900이었습니다. 9월 말 지수가 1,769.65로 마감한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비관적인 전망입니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가 최근 또 한 번 급반전을 맞이합니다. 이달 들어 코스피가 단기 급반등에 성공하며 안도 랠리를 펼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증권사들의 태도는 돌연 달라졌습니다. 연내 2,000 선을 회복하리라는 낙관론이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이죠.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국제 공조가 강화되고 유럽 재정위기의 불확실성이 점차 해소될 것이라며 기존 전망의 물타기에 나섰습니다. 한 증권사는 “보름 전만 해도 약세론이 팽배했지만 이제 1,900 선 재돌파는 쉬워 보인다”고 진단했습니다. 또 다른 증권사 역시 “정책 기대감으로 박스권 상단이 열렸다며 다음 달 초까지 안도 랠리가 이어질 것”이란 예상을 내놨습니다.

기상청은 종종 예보와 어긋나는 날씨 때문에 ‘일기예보가 아니라 일기중계를 한다’는 핀잔을 받습니다. 하지만 가만히 보면 증권사 리서치센터들 역시 크게 다를 게 없습니다. 문제는 시장 따라가기에 급급한 후기(後記)식 전망이나 사실상 ‘중계’에 가까운 분석에 귀 기울이다 손실을 보는 투자자들이 있다는 점이겠지요. 폭락장이나 극심한 변동성 장세만큼이나 투자자들을 울렁증으로 멀미나게 하는 건 증권사들의 일관성 없는 시장 전망이 아닐까요.

박선희 경제부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