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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인종주의의 박제가 된 여인

입력 | 2011-10-15 02:00:00

◇ 사르키 바트만/레이철 홈스 지음·이석호 옮김/295쪽·1만2000원·문학동네




1789년 남아프리카에서 태어난 한 여성이 유럽으로 끌려갔다. ‘진화가 덜 된 인간’으로 취급받으며 평생 남의 구경거리로 살았다. 1815년 사망한 뒤 1974년까지 160년 가까이나 그의 뇌와 성기가 프랑스 자연사박물관에 전시됐다. 이 여성의 이름이 ‘사르키 바트만’이다. 그는 사후 187년 만인 2002년에야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돌아와 매장됐다. 그는 140cm 정도의 작은 키에 유럽인이 보기에는 비정상적으로 큰 둔부 때문에 ‘불완전한 인간’으로 인식됐다. 당시 영국 런던은 세계 각지에서 온 희귀한 동물과 특이한 물건들을 구경하는 것이 유행했는데 사르키 바트만은 ‘호텐토트 비너스’로 불리며 관심을 끌었다.

이성, 과학을 주창했던 근대 유럽에서 인종주의의 시선에 사로잡힌 유럽인이 보인 뒤틀린 행태를 한 아프리카 여성의 일대기로 세세하게 드러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