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통위 긴급투입뒤 맹비난… 與는 “조속비준” 압박
미국 의회가 12일(현지 시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절차를 마무리했으나 공을 넘겨받은 한국 정치권은 여전히 이를 두고 대립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13일 한미 FTA의 조속한 비준을 촉구하며 야당을 압박했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한미 FTA 여야정협의체에서 “민주당의 ‘10+2 재재협상안’에 대한 추가 논의를 거쳐 되도록 이른 시간에 여야 합의로 FTA 비준안을 통과시키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FTA 주무 상임위인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한나라당 간사인 유기준 의원은 “우리 국회의 경우 FTA 비준동의안 외에 후속 법안 14건이 다른 상임위에 걸쳐 있어 미국 의회보다 (처리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긴급 투입된 정동영 의원은 “한미 FTA는 ‘낯선 식민지’이고, 국회가 이를 비준하는 것은 을사늑약을 추인하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는데 이것이 많은 국민의 생각이고 내 생각”이라면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을 향해 “미국과 한통속이다. 옷만 입은 이완용인지 모르겠다”라고 맹비난했다. 김 본부장은 “말씀이 지나치다”라고 항의했다.
하지만 민주당 내에선 미국 의회가 한미 FTA 비준안을 이미 처리한 만큼 기존 당론이었던 ‘10+2’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하는 기류가 적지 않다.
따라서 한미 FTA 발효로 큰 피해가 예상되는 농축산업의 피해 보전을 위한 정부 예산을 대폭 늘리면 FTA 처리에 동의해 줄 수 있다는 의견이 확산되고 있다.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장인 최인기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농축산업 피해 보전을 위한 예산을 최소 9000억 원에서 3조 원까지 마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여야는 한미 FTA 비준안 처리 시점과 방식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해 12월 전국 19세 이상 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 결과 서울지역 응답자의 52.1%가 한미 FTA에 찬성해 가장 높았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