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가맹점이 1만 원 이하의 소액 카드결제를 거부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정부가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영세 자영업자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려는 것이 정부 뜻이다. 하지만 영세 상인들이 수수료를 절약해 얻는 이익에 비해 소비자들이 주머니에 현금을 챙겨 갖고 다녀야 하는 불편이 훨씬 더 클 것이다.
금액과 관계없이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있도록 제도화한 것이 2001년이다. 시행 10년 만에 신용카드 거래가 생활화해 7월 1만 원 이하의 소액 카드결제 건수는 2억여 건, 전체의 29.2%를 차지한다. 이런 판에 다시 현금 결제를 하라는 것은 신용사회에 역행하는 정책이다. 현금영수증 제도가 있다지만 신용카드 사용이 줄면 상거래의 투명성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영세 상인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려면 수수료 체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카드 수수료율은 최근 몇 년간 계속 낮아졌지만 외국에 비해 여전히 높고 골프장(1.5∼3.3%)이나 대형마트(1.6∼1.9%)보다 음식점(2.1∼2.7%)이 부담하는 수수료가 높아 불공평하다는 불만이 나온다. 전국 음식점 업주 10만 명은 18일 수수료 인하를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 계획이다. 반면 카드사들은 결제망 운영비와 외상 거래에 따른 이자비용 등 서비스 원가와 매출 규모를 감안하면 영세 점포라고 해서 수수료를 더 낮춰줄 수 없다고 주장한다. 카드사와 가맹점이 부담을 나누는 선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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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요금의 신용카드 결제는 정착돼 가고 있다. 서울시는 2008~2009년 요금이 5000원 미만이면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방식으로 마찰을 피했고,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택시회사에 수수료를 지원해 승객이 눈치 보지 않고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줬다. 이런 해법이 신용카드 수수료 문제를 푸는 데도 원용(援用)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