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법은 달라도… ‘함께 사는 세상’ 만드는 기부천사들
《 ‘철가방 천사’ 고(故) 김우수 씨의 삶과 죽음은 나눔에 큰돈이 필요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던져줬다. 적은 돈과 재능, 시간을 들여 낮은 곳에서 큰 기부를 하는 또 다른 ‘김우수’는 우리 사회 곳곳을 따뜻하게 만들고 있다. 동아일보가 만난 천사들은 “기부는 작은 것부터 시작하면 어렵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
■ 4년째 인도어린이 돕는 지은 씨
지 씨는 “고등학교 때 배우 김혜자 씨의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를 읽고 기부를 결심했다”며 “매달 적금을 붓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직장을 옮기며 형편이 어려워졌던 적도 있었지만 기부는 멈추지 않았다. 그는 “후원이 힘겹게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아이도 내게 의지하고 나 역시 아이가 자라는 모습에서 희망을 얻고 있다”라며 뿌듯해 했다. 지금은 지 씨의 친구 11명도 월드비전을 통해 결연아동을 후원하고 있다. 올해 1월에는 인도에서 직접 후원아동을 만나고 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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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고난 말재주 기부 장용휘 씨
행사 진행자로 일하는 장용휘 씨(30)는 모두를 웃게 만드는 재치를 갖고 있다. 스무 살 때부터 10년째 지방 곳곳의 행사 현장을 누빈 그는 2006년 부모님을 따라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 봉사활동에 참여하면서 자신의 재능을 이웃과 나누기 시작했다.
가수가 되고 싶은 아이들에게는 무대를, 생일을 맞은 아이들에게는 평생 잊을 수 없는 파티를 마련해줬다. 장 씨가 마이크를 잡으면 아이들은 아픔을 잊고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장 씨는 어린이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봉사와는 별도로 한달에 2, 3번 봉사자들이 여는 크고 작은 이벤트에서 무보수로 진행을 맡아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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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는 바이러스처럼 주변에 전염되지만 전염 속도는 아직 빠르지 않은 것 같아요. 처음에 용기를 내 시작하기만 하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봉사의 매력에 빠져들게 될 겁니다.”
■ 털모자 뜨는 구급대원 김경미 씨
김 씨가 만들고 있는 것은 작은 털모자. 2008년부터 신생아의 저체온증을 막기 위한 신생아 모자 뜨기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 첫 아이를 낳고 난 뒤 세이브더칠드런이 주관하는 이 캠페인을 알게 된 김 씨는 “아기가 도움도 받지 못하고 태어나자마자 죽는다는 사실을 듣고 뜨개질을 처음 배우게 됐다”고 말했다. 3년간 김 씨가 뜬 모자는 모두 15개. 주변 동료들까지 김 씨를 보며 함께 참여하기 시작해 작년에는 15명, 올해는 30여 명이 모자를 뜬다.
김 씨는 “버려진 신생아가 저체온증으로 죽거나 뇌에 손상을 입어 정상생활을 못하는 경우를 많이 봐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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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