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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철 가방 2개엔 어떤 진실이…

입력 | 2011-10-04 03:00:00

“신재민 카드-렌터카 자료 검찰에 제출”
■ 피고소인 신분 檢 출두




여행용 가방 들고… 현 정부 실세에게 금전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폭로한 이국철 SLS그룹 회장이 3일 오전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법인카드 사용명세 자료 등이 담긴 여행용 가방을 끌고 들어가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 현 정부 고위 인사들에 대한 금전 제공 의혹을 폭로한 이국철 SLS그룹 회장이 3일 두 번째 검찰 조사를 받고 4일 새벽 귀가했다. 지난달 23일 첫 조사 때는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 신분(참고인)이었지만 이날은 명예훼손 사건의 피고소인 신분이 더해졌다. 지난달 말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등이 이 회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기 때문이다.

○ 여행용 가방에 넣어온 자료

이 회장은 3일 오전 9시 50분경 각종 자료가 든 여행용 가방을 들고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도착해 “신 전 차관이 사용한 (법인)카드 사용 명세 자료와 그가 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렌터카 비용을 대납한 자료를 검찰에 제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그는 박 전 차관을 일본 출장 때 접대했다는 SLS그룹 일본법인 지사장 권모 씨의 연락처, 일본 현지 음식점 연락처를 검찰에 내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 회장은 “여권 중진 의원에게 거액을 전달했느냐”는 질문에는 “할 말이 없다”고 답했다.

이 회장은 “참을성과 인내심의 끝에는 진실이 있고 진실의 끝에는 대변화와 개혁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검찰 조사를 많이 받아봤기 때문에 진실 그대로만 말하겠다”고 한 뒤 서울중앙지검 12층 수사팀 사무실로 올라갔다.

○ 신 전 차관 의혹에 대한 엇갈리는 분석

이 회장은 “신 전 차관에게 10년 가까이 10억여 원을 건넸다”고 했지만 그의 주장이 조금씩 바뀌면서 신빙성이 낮아지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달 말 “신 전 차관이 ‘사용하고 서명한’ SLS그룹 해외법인카드 전표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달 30일과 이달 2일 기자들과 만나서는 자신이 ‘엑셀 문서로 정리한’ 카드 사용 명세만 보여줬다. 검찰은 법인카드 사용 명세가 실제로 있다면 카드회사에서 발급받아 제출하면 되는데 이 회장이 그러지 않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 회장이 직접 정리한 문서라면 증거 효력이 없다”고 밝혔다.

신 전 차관과 관련한 이 회장의 폭로는 검찰 안에서도 “돈이 오갔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과 “이 회장의 주장이 점점 믿기 어렵다”는 상반된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 박 전 차관 의혹 규명도 증거가 관건

이 회장이 “박 전 차관이 일본 출장 때 SLS그룹 현지 법인이 400만∼500만 원의 향응 접대를 했다”고 폭로한 것에 대해 박 전 차관은 3일 기자간담회까지 열어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회장의 폭로에 대한 신 전 차관의 소극적인 대응과 비교될 정도다.

박 전 차관의 해명이 조금씩 달라지긴 했지만 “SLS그룹 현지 법인의 향응을 받지 않았다”는 점만큼은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이럴 경우 검찰은 이 회장의 폭로 내용이 사실인지를 밝히는 것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검찰은 ‘장외 설전’에 관심을 크게 두진 않지만 이 회장의 폭로 내용보다 박 전 차관의 반박이 훨씬 더 구체적이라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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