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카고 인근 버테이비아에 있는 페르미연구소 지하에 놓인 테바트론의 일부. 테바 트론에서는 양성자와 반(反)양성자 사이의 충돌이 초당 1000만 번 일어난다. 한 번 충 돌할 때마다 새로운 입자 수백 개가 생성된다. 페르미국립가속기연구소 제공
최근 경제 침체로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우주 프로젝트와 가속기 등 과학 투자를 대폭 줄이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페르미연구소는 테바트론을 30일 오후 2시(현지 시간) 영원히 가동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미국 물리학의 힘을 상징하던 테바트론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테바트론은 테라전자볼트, 즉 1조 전자볼트(1TeV)의 에너지로 입자를 가속하는 장치라는 뜻이다. 둘레 길이만 6.28km에 이르는 이 원형가속기에서는 양성자들이 1TeV로 부딪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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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000년대 들어 테바트론의 입지는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페르미연구소의 ‘영원한 라이벌’인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가 2009년 테바트론보다 훨씬 큰 원형입자가속기 ‘LHC’를 완공했기 때문이다. LHC는 둘레 길이만 27km로 테바트론보다 4배 이상 규모가 크다. 양성자를 가속시키는 에너지도 7조 TeV로 테바트론의 7배이다.
더 크고 더 센 LHC가 테바트론의 기록을 모두 깨면서 테바트론은 여러모로 압박받기 시작했다. 게다가 미국 경제까지 휘청거려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페르미연구소의 한 해 예산은 2009년 기준으로 약 4100억 원이다. 이 가운데 10%인 400억 원이 테바트론의 전기료로 나간다. 물리학 예산 전반을 감축하던 미국 의회는 테바트론에 예산을 지원해 줄 명분을 찾지 못했다.
피에르 오돈 페르미연구소장은 “가속기 분야에서는 현재 성능을 능가하는 새로운 가속기가 등장하면 (새로운 가속기를 넘어 보려고) 헛된 노력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LHC보다 작고 노후한 테바트론으로서는 명예롭게 가동 중단하는 게 최선의 길이라는 뜻이다.
28년간 미국 과학계를 지탱했던 테바트론의 ‘은퇴’ 소식에 미국 과학계는 침울한 분위기다. 테바트론 책임자인 로저 딕슨 박사는 과학 저널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셧다운 기념식은 침울한 행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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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