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씨는 장학금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학과 MT와 특강에 빠지면서 ‘행사 참여 점수’가 낮아 장학금 순위에서 밀리고 말았다. 그는 커피전문점에서 매일 오후 9시부터 오전 3시까지 아르바이트를 하는 바람에 학과 행사에 참여하지 못했다. 넉넉지 않은 형편에 학자금 대출까지 받고 있어 생활비를 벌려고 한 것이 발목을 잡은 셈이 됐다. A 씨는 “자취방 월세 33만 원을 버느라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개인적인 사정을 호소해도 소용이 없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일부 대학 학과들이 학과 행사 참여 여부를 점수화해 장학금 지급 기준으로 삼고 있어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등록금과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야간이나 주말에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학생들은 학과 행사에 자주 빠질 수밖에 없어 장학금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일부 학교는 일정 횟수 이상 학과 행사에 참여하지 않으면 장학금 신청 자격조차 주지 않아 반발이 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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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대학 관계자들은 “개인주의로 흐르는 학생들의 교내 생활을 개선하고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학과 소속감을 높이고 학우 간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강제적 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성일 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과 학과장은 “학부제로 신입생을 뽑기 때문에 선후배 사이에 얼굴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학생의 사정을 봐주다 보면 다른 학생들이 반발할 수 있어 불가피하게 동일한 기준을 적용한다”고 말했다.
이 학과들 중 일부는 학과 행사에 참여하지 못할 경우 외부 봉사활동을 통해 구제받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기도 했다. 그러나 학생회와 학과장 승인까지 받아야 하는 등 절차가 번거롭고 가정형편이 어렵다는 사실을 학교에 알려야 해 꺼리는 경우가 많다. 성균관대 화학공학과의 한 학생은 “행사에 참여하지 못한 학생이 장학금을 탄 사실이 알려지면 곧 집안 형편이 좋지 않다는 사실을 학우들에게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셈이 돼 구제제도를 활용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대학 등록금 인하 활동을 하는 시민단체인 전국등록금네트워크(등록금넷) 관계자는 “주말이나 야간에 주로 열리는 체육대회나 MT, 개강파티에 반강제적으로 참여시켜 장학금을 주는 것은 학생들을 생활수준에 따라 구분하는 비교육적 처사”라며 “소통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면 강제성이 없는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