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레아스 빙켈만 ‘사라진 소녀들’ 저자 e메일 인터뷰
“며칠 전에야 제 소설이 한국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얼떨떨하고 믿기지 않았지요.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과 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입니다.”
빙켈만은 2007년 ‘가위갈이의 노래’로 데뷔해 2009년 ‘깊은 숲 속 그리고 땅 밑’을 냈다. ‘사라진 소녀들’은 그의 세 번째 장편. 독일 언론은 그에게 ‘스릴러의 신동’이라는 별명을 붙여주며 큰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스릴러는 선과 악의 싸움이지요. 단순한 범죄 수사물이나 모험 소설에 비해 스릴러는 악의 심연까지 파고들 수 있고 악의 실제 모습, 즉 인간의 본질적인 특성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매력적인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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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까지 독일에서도 주로 영미권 추리 스릴러가 시장을 거의 독식했어요. 최근 들어 좋은 독일 작가들이 많이 나와 영미권 작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겁니다. 영미권에 비해 독일 스릴러는 훨씬 현실적인 점이 특징입니다. 실제로 존재하기 힘든 영웅보다는 일상에서 마주치는 보통 사람들을 내세워 현실감을 높인 게 강점이죠.”
독일 스릴러 소설인 ‘사라진 소녀들’은 시각장애인인 소녀의 실종과 감금, 탈출을 긴박하게 그려냈다. 뿔 제공
“제가 만약 범죄 수사물을 썼는데 범인을 초반에 노출시켰다면 제 실수겠지요. 하지만 제가 쓴 것은 스릴러 소설입니다. 오히려 범인을 일찍 노출시켜 독자들이 범인의 정신세계를 낱낱이 들여다보고 그의 행동을 함께 좇으면서 무서운 이야기에 동참했으면 했던 게 제 생각입니다.”
‘사라진 소녀들’이 10개국에 판권이 팔릴 정도로 유명한 작가가 됐지만 그도 긴 무명시절을 거쳤다. 택시운전사, 보험판매원, 체육교사, 군인 등의 직업을 거치며 10년간의 습작기를 보냈다. “하루아침에 성공할 수는 없다”는 게 신조라는 그는 밤에 일어나는 이야기를 집필할 때는 실제 밤늦게 작업할 정도로 철저히 작품에 몰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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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내년 말 출간을 목표로 이미 새 소설의 집필에 들어갔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한국에 있는 누군가가 제 책을 흥미진진하게 읽고 있을 생각을 하니 마냥 기분이 좋습니다. 다른 작품으로 또 뵙기를 기대합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獨 스릴러의 매력
이민자 등 사회적 이슈 초점… 퍼즐 조각 맞추듯 사건 풀어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 북칼럼니스트
독일 베스트셀러의 상위권은 1년이 넘도록 스릴러 소설들이 점령하고 있다. 국내 독자에게도 사랑을 받고 있는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사라진 소녀들’ 등 독일 작가들의 작품들을 비롯해 스티그 라르손, 요 네스뵈 등 북유럽 작가들의 스릴러들도 그칠 줄 모르는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스릴러 소설은 어린이부터 성인에 이르는 독일 독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장르로 꼽힌다. 전직 택시 기사부터 저널리스트, 심리학자, 변호사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력의 스릴러 작가들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독특하면서도 개성 넘치는 작품세계를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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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독일 스릴러는 무의식에 대한 진지한 탐구, 치밀한 심리 게임, 그리고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사건의 연결 고리로 이어지기 때문에 깊은 생각을 하지 않고도 읽어 내려갈 수 있는 영미권 스릴러와는 차이가 있다.
독자들로 하여금 퍼즐 조각 맞추기 게임을 하듯 조심스럽게 사건을 예측해 나가며 이중 장치를 통해 복잡하게 엮어 놓은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내도록 요구한다. 그리고 이 점이 바로 독일 스릴러의 거부할 수 없는 치명적 매력이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 북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