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28개 규모 세계 최대 메모리 생산 라인 가동…20나노급 D램도 세계 첫 양산… 日-대만 추격 뿌리쳐
“혼신 노력 감사” 임직원 격려 이건희 회장이 22일 경기 삼성전자 반도체 나노시티 화성캠퍼스에서 열린 ‘메모리 16라인 가동식 및 20나노 D램·플래시 양산’ 행사에서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이 회장은 이날 행사에서 임직원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시한 뒤 “더욱 거세질 반도체업계 태풍에 대비하자”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22일 경기 화성시 나노시티 캠퍼스에서 ‘메모리 16라인 가동식 및 20나노 D램·플래시 양산’ 기념식을 열고 메모리 반도체 16라인 가동을 시작했다.
지난해 5월 착공해 1년 3개월 만에 가동에 들어간 메모리 16라인은 반도체 제조공장의 라인 면적만 약 19만8000m²(6만 평)인 12층 건물로 낸드플래시를 주력으로 양산한다. 축구장 28개 규모의 세계 최대 메모리 반도체 생산라인이다. 삼성전자는 16라인에서 이달부터 20나노급 고속 낸드 플래시를 12인치 웨이퍼(원판) 기준 월 1만 장 이상 생산하며 본격적인 양산을 시작했다.
삼성전자가 양산을 시작한 20나노급 공정은 반도체 회로선폭이 사람 머리카락 굵기의 4000분의 1 정도로 좁다.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회로선폭이 좁을수록 반도체 칩 크기를 줄일 수 있다. 칩 크기가 줄어들면 하나의 웨이퍼에서 더 많은 수의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어 비용을 낮출 수 있다.
이번 20나노급 DDR3 D램은 지난해 7월 선보인 30나노급과 마찬가지로 세계 최고의 성능을 갖췄다. 이와 함께 생산성은 약 50% 높이고 소비전력은 40% 이상 줄였다. 삼성전자는 올해 말 20나노급 4Gb(기가비트) DDR3 D램 기반의 대용량 제품을 개발하고 내년 이후에는 4∼32GB(기가바이트)급의 다양한 모듈 제품군을 양산할 계획이다.
이 회장이 ‘거센 파도’라고 언급할 만큼 최근 반도체 산업은 D램 가격이 폭락하며 업계의 출혈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업계 3위인 일본 ‘엘피다’가 올해 5월 20나노급 D램을 7월까지 양산하겠다고 발표하자 한국이 반도체의 주도권을 빼앗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엘피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고 결국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 개발 행진을 이어가게 됐다. 업계 2위인 하이닉스는 20나노급 D램을 올해 말 개발 완료하고 내년 초부터 양산할 계획이다.
김장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만약 앞으로도 D램 가격이 계속 떨어지면 일본, 대만 업체들은 버티기 힘들겠지만 원가를 절감한 삼성전자는 더 오래 버틸 수 있게 된다”며 “수요가 개선돼 가격이 다시 오른다면 영업이익률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