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은은 22일부터 열리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챔피언십을 시작으로 하나은행 챔언십, 하이트 챔피언십에 잇따라 초청선수로 출전한다. KLPGA 제공
시차 때문에 2시간밖에 못 잤다는 그의 목소리에선 힘이 넘쳤다. 늘 당당했던 예전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오랜만에 돌아오니 가슴이 설레요. 긴장도 되네요.”
변화는 또 있었다. 미국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뒤 국내 대회에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그가 이 대회를 시작으로 다음 달에 2주 연속 홈팬 앞에 나선다. LPGA투어 하나은행챔피언십과 국내 여자프로 하이트챔피언십에 초청을 받았다. 오랜 부상으로 뛰고 싶어도 뛸 수 없었던 갈증을 풀기 위해서다. “아직 박지은이라는 이름 석 자를 기억해주는 분들이 계신 것 같아 기뻐요. 몸 상태도 좋아졌고 후반기 들어 샷감도 살아난 만큼 실망시키지 않도록 노력해야죠.”
하지만 시련은 오히려 그를 강하게 만들었다. “힘들어서 눈물 흘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어요. 때려치울까 망설였죠. 쉬는 동안 골프 중계를 보면서 ‘나는 여기서 뭘 하고 있나’ 하는 생각에 이대로 관둘 순 없다고 스스로 채찍질했죠. 허리가 아프다는 핑계로 연습을 게을리했던 나태한 자세에서 벗어나려고 했어요.”
올 들어 컨디션을 회복한 박지은은 출전 자격이 되는 모든 대회에 출전했다. 지난해까지 5년 연속 10개 대회 미만으로 출전한 그는 올 시즌 14개 대회를 소화하고 있다. 감전된 듯 찌릿찌릿하던 허리도 괜찮아져 정상적인 훈련이 가능해졌다. 정신력을 강화하기 위해 심리치료를 병행했다.
“전 대회 출전은 신인 때인 2000년 이후 처음이에요. 개근상이라도 받아야 해요. 미국 대회가 너무 줄어들어 경기 감각을 되찾는 데 애를 먹고 있지만 차츰 자신감이 살아나고 있어요.”
5월 애브넷클래식 1라운드에서 67타를 치며 공동 선두에 나서 주목을 받았다. 지난달 세이프웨이클래식에서는 공동 13위로 마쳤다. 지난해 고려대에서 석사 과정을 마치고 논문만을 남겨둔 박지은은 결혼을 전제로 사귀는 남자친구도 있어 새로운 인생도 준비하고 있다. 그래도 당면 과제는 프로 골퍼로서 마지막 꽃을 피우는 일이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