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긴박했던 6시간
오전 9시. 코스피는 전날보다 27.18포인트 떨어진 1,916.57에서 출발했지만 의외로 잘 버텼다. 2∼5일 2∼3% 넘게 하락한 것을 고려하면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9시 26분 1,939.92까지 오르자 문 이사는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지난주 주가폭락으로 악재가 미리 반영됐구나.’ 긴장이 풀리는 순간이었다.
개장 직후 ‘검은 월요일’의 우려는 기우인 듯했다. 하지만 장 초반의 선전은 폭풍전야의 고요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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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런치 폭탄’에 아연실색
모두가 방심한 점심시간에 예기치 못한 ‘런치 폭탄’이 터졌다. 사실상 증시가 초토화되는 순간이었다. 오전 11시 40분부터 슬금슬금 내리던 주가는 잠시 반등했다가 낮 12시 31분을 기점으로 자유낙하하기 시작했다. 오후 1시 9분에는 1,850 선이 무너졌고 이후 3, 4분 간격으로 10포인트 선을 차례로 무너뜨렸다. 오후 1시 23분 선물시장이 5%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 이상 계속되자 한국거래소는 유가증권시장에 사이드카를 발동했다. 고삐 풀린 코스피는 오후 1시 29분 143.75포인트(7.40%) 폭락하며 1,800.00에 도달했다. 장중 1일 하락폭으로는 최대였다.
코스닥 시장은 더 암담했다. 오전 한때 오르기도 했던 코스닥지수는 낮 12시경 낙폭을 5% 이상으로 늘리더니 오후 1시 10분 10.41% 하락한 443.94까지 급락했다. 지수가 10% 이상 폭락하자 한국거래소는 코스닥시장에 서킷브레이커를 발동해 매매거래가 20분간 중단됐다.
괴로운 딜러 8일 국내 주식시장에서 코스피가 1,869.45로 폭락하고 원-달러 환율이 1082.5원으로 치솟자 서울 중구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의 한 직원이 괴로운 듯 얼굴을 감싸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 개미의 공포와 반대 매매가 하락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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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낮 이후 하락장을 주도한 것은 개인이었다. 패닉 상태에 빠진 개인들은 이날 하루 7000억 원 넘게 팔아치우며 투매 행렬에 동참했다. 증권가에서는 주식담보대출에서 일괄적으로 ‘손절매(추가 손실을 막기 위해 손해보고 파는 것)’ 물량이 나왔다는 소문이 돌았다. 최근 주가가 급락하면서 저축은행, 증권사 등에 담보로 맡긴 주식의 담보 가치가 기준에 미달하자 이들이 담보 주식을 내다파는 반대 매매가 쏟아진 것으로 보인다.
또 특정 종목을 집중적으로 사들인 랩어카운트, 증권사나 투신사의 고유자산을 맡은 사모펀드에서도 손절매 물량이 나오면서 하락폭이 커졌다고 증권업계는 분석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 사이드카(sidecar) ::
선물가격이 전일 종가 대비 5% 이상(코스닥은 6% 이상) 상승 또는 하락해 1분간 지속될 때 발동한다. 일단 발동되면 컴퓨터로 자동 매매하는 프로그램 매매호가의 효력을 5분간 정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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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지수가 전날에 비해 10%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 이상 지속되면 모든 주식거래를 20분간 중단한다. 20분이 지나면 10분간 호가를 접수해서 매매를 재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