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련… 독특… 예술공간 같은 이색관공서
《 먼발치에서 바라본 건물은 크기가 다른 사각형 세 개를 엇갈리게 맞물려 놓은 모양이었다. 아랫부분으로 갈수록 사각형 크기가 작아져 다른 각도에서 보면 위에 있는 사각형은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착시현상을 불러왔다. 사각형 바깥부분에는 대각선 방향으로 회색 금속자재를 이어 붙여 놓았다. 가까이 다가서자 외벽의 빨간 부분에 큼지막한 숫자가 눈에 들어왔다. 119. 독특한 미술관처럼 생긴 이 건물의 정체는 다름 아닌 소방서였다. 지난해 완공된 서울 중구 신당동 을지로119안전센터를 지난달 25일 찾았다. 》
남산공원 자락에 위치한 장충파출소(위). 주변 경관과 어울리게 나무 재질의 외벽을 새로 입혔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디자인과 어우러지도록 지난해 새로 건축한 을지로 119안전센터는 겉모양만 봐서는 미술관처럼 독특한 외관을 자랑한다(아래). 이충우 인턴기자 고려대 영어영문학과 4학년·서울시 제공
안전센터를 설계한 건축가 류재은 씨(58)는 디자인은 물론이고 기능적인 측면까지 고려했다고 했다. 소방차가 출동하는 현장을 볼 수 있도록 상황실 외벽은 통유리창으로 만들고 안전센터 내부 휴게실과 대기실은 출동하기에 편리한 동선으로 설계했다는 설명이었다. 류 씨는 “천편일률적인 소방서 디자인 대신 역동적인 느낌을 살려 소방관들이 자부심을 느끼며 일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중구 장충동 남산공원 자락에 있는 장충파출소도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루는 디자인으로 각광받고 있다. 지하철 3호선 동대입구역 바로 앞인 데다 남산공원 입구에 있어 외국인의 왕래가 잦은 이곳을 주변 공원 분위기와 어울릴 수 있게 리모델링했다. 예산이 부족해 구조는 그대로 두고 지난해 6월 외벽만 나무 재질의 붉은 벽면으로 덧씌웠다. 벽면에 영문 철자 ‘POLICE’를 큼지막하게 네온사인으로 설치해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도록 했다.
아트플랫폼은 1890년대에 지어진 우선주식회사(일본 무역회사) 같은 근대건축물과 인천항 하역물품을 보관한 낡고 허름한 창고, 1930∼1940년대에 건축된 삼우인쇄소, 대진상사, 양문교회 건물을 리모델링해 13개 동을 하나로 묶었다. 과거의 흔적을 살리면서 새로운 건축 작업으로 주변과 어울리는 복합예술문화 공간을 만들어 낸 것. 천편일률적이지 않으면서도 역사의 정체성을 부각시키는 공간으로 거듭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곳은 도심의 폐허에 새로운 문화예술공간을 탄생시킨 점을 인정받아 한국건축가협회상 등 권위 있는 건축상을 받기도 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노현주 인턴기자 성신여대 불문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