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이 어제 국회 저축은행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 보고한 금융감독 혁신방안은 핵심 쟁점을 뒤로 미뤄놓아 기대에 못 미친다.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독립기구로 신설하는 방안이나 금융회사에 대한 검사와 제재를 분리해 제재심의위원회를 금융위원회에 두는 방안은 논란 끝에 중장기 과제로 넘겼다. ‘중장기’란 말은 차기정부 이후로 떠넘기는 것을 뜻한다. 금융위기 이후 주요 선진국의 금융감독 체제 개편 사례에 관한 논의는 아예 시작도 못했다. 정부는 이달 중순에 내놓을 최종안에 좀 더 개혁적이고 실효성 있는 내용이 포함되도록 해야 한다.
저축은행 사태를 계기로 금융감독 시스템 개혁 요구가 거세게 터져 나오던 5월 초 이명박 대통령은 금융감독원을 전격 방문해 “조직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며 제도와 관행을 혁파하라고 지시했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이 임직원을 금융회사 감사로 내려보내는 ‘낙하산’ 추천 관행을 철폐하겠다는 방안을 보고했지만 이 대통령이 주문한 것은 ‘전면개혁’이었다.
그럼에도 총리실 태스크포스(TF)가 석 달 만에 내놓은 방안들은 대부분 재탕이다. 민간 전문가 충원, 검사인력 확충, 감찰기능 강화는 금감원이 이미 추진 중인 내용이다. 개혁 논의가 잘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은 초기부터 나왔다. 급조된 TF에서는 정부위원과 민간위원의 갈등이 계속됐다. 저축은행 정책 실패의 당사자인 금융위원회 및 기획재정부의 정부위원들이 시스템 개편이 아닌 ‘마사지(약간 다듬기)’만 하기로 사실상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민간위원인 김홍범 경상대 교수는 “정부가 짜놓은 각본의 들러리가 되고 싶지 않다”며 사퇴했고 다른 민간위원 일부도 비슷한 이유로 추가 협의를 거부했다. 민간 전문가들의 주문을 아예 차단하다시피 한 위원회라면 ‘민관 합동’은 구색 맞추기일 뿐이다.
광고 로드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