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가격 인상 이래도 되는거乳?
원유 가격 인상 문제를 놓고 낙농업계와 우유업계가 분쟁을 벌이는 가운데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의 군데군데 비어 있는 우유 매대에서 손님들이 우유를 고르고 있다. 낙농업계는 3일 하루 동안 원유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 2011년 우유 분쟁, 2008년의 재현?
원유 값 인상을 둘러싼 낙농업계와 우유업계의 분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가장 최근에 우유 값이 올랐던 2008년에도 줄다리기가 벌어졌다. 당시 협상 과정을 들여다보면 지금과 전개 양상이 판박이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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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기 우유의 소비자가격은 어떻게 움직였을까. 한국물가협회가 조사한 당시 1L 흰 우유 한 팩의 소비자가격 자료를 보면 원유 값보다 소비자가격이 더 많이 오른 것을 알 수 있다.
원유 값 인상 협상이 시작된 2008년 6월 우유 값은 1750원이었다. 그런데 협상이 한창이던 7월 9일 우유 값이 슬그머니 1850원으로 올랐다. 7월 21일 협상이 끝났고 두 달 뒤인 9월 우유업계는 우유 값을 2200원으로 올렸다. 원유 값은 불과 120원이 올랐는데 우유 값은 협상 전에 비해서는 450원이나 오른 것이다. 이후 일부 소매점에서는 우유 값이 2550원까지 치솟았다.
당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우유업계가 원유 값 인상을 핑계로 값을 너무 올렸다’는 원성이 줄을 이었다. 우유업계는 “포장비와 물류비가 올라 어쩔 수 없다”고 해명했지만 언론에서는 ‘우유 끊는 서민들’과 같은 제목의 보도가 계속됐다. 정부도 뒤늦게 “지나친 우유 값 인상을 자제하라”며 물가 단속에 나섰다. 결국 우유 값은 10월 15일 2150원대로 떨어졌다. 우유 값은 몇 번의 등락을 거듭한 끝에 현재까지 215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 우유 값 2500원 육박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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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물가 잡기’가 범정부 차원의 과제인 만큼 우유업계가 원유 값 인상을 계기로 소비자가격을 무턱대고 올릴 수는 없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2008년 당시 우유 값이 결국 400원 오르는 선에서 안정됐던 것을 고려하면 이번 협상이 끝난 뒤 현재 2150원인 우유의 소비자가격이 최소한 2500원대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우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종 소비자가격은 대형마트가 결정하는 것이니만큼 우유업계뿐 아니라 대형마트들도 마진을 줄여야 소비자가격 충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낙농가들의 원유 납품 거부 투쟁을 하루 앞둔 2일 오후 농림수산식품부는 낙농가들의 모임인 낙농육우협회와 긴급 협상에 나섰으나 결렬됐다. 농식품부는 우유업체들이 원유가 인상폭을 기존 L당 41원에서 81원까지로 양보한 만큼 낙농가들도 한발 물러서 줄 것을 요청했으나 낙농가들은 당초 173원 인상안에서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다며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