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산다’는 말이 있다. 육체적, 물리적 죽음이 곧 삶의 끝이 아니며, 살아있는 사람들이 이미 떠나간 사람들을 영원히 기억한다면 죽음은 그대로 죽음이 아니다.
1994년 오늘, 많은 기대를 받던 연기자 석광렬(사진)이 많은 이들의 가슴 속에 영원히 살아남았다.
세상과 이별하면서 그는 무려 일곱 명의 환자들에게 자신의 안구와 신장 등 장기를 기증하며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났다. 이후 우리 사회의 장기 기증에 대한 시각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하지만 7월25일 야간촬영을 마치고 귀가하다 오전 3시께 서울 잠실동 올림픽대로에서 승용차가 전복되는 사고로 중태에 빠졌다. 이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그는 결국 31일 뇌사 판정을 받았다. 아버지 등 유족들은 이에 동의하고 아들의 장기를 다른 환자들에게 이식해주기로 했다.
8월1일 이른 아침부터 이식수술은 시작됐다. 수술은 곧 아버지에게 아들을 떠나보내는 고통의 시간이기도 했다. 하지만 아버지와 의식은 없지만 영혼은 살아있었을 석광렬은 그 값진 희생으로 고통을 달랬다.
아버지는 9월3일 한국방송대상 시상식에서 아들에게 주어진 특별상을 대신 받으며 “광렬이를 오래 기억해달라”고 말했다.
윤여수 기자 (트위터 @tadada11) tada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