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에 욕먹더라도 올려야 덜 쓴다”
그러나 현재 산업용 전기에 유리하게 만들어진 요금체계부터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 기획재정부와 지경부 줄다리기 끝에 타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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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기요금 인상을 앞두고서도 지경부와 재정부가 인상 수준을 놓고 막판까지 줄다리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측 관계자는 “7% 이상의 인상을 요구한 지경부가 결국 4% 후반대로 물러선 것도 물가관리 주무부처인 재정부의 거센 반대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두 부처가 견해차를 좁힐 수 있었던 게 향후 추가 전기요금 인상을 ‘윗선’에서 약속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정치적 부담이 적지 않음에도 이명박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요금 인상을 결정한 것은 미래 에너지의 수급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인식 때문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올해 1월 말 청와대에서 열린 녹색성장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전열기를 지금처럼 많이 쓰는 것은 비정상적이다. 가격기능을 동원해서라도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한 대학교수는 “난방을 위해 전기를 쓰는 것은 생수로 빨래를 하는 것과 같다”며 싼 전기요금이 비효율적인 에너지 사용을 부추기는 현실을 꼬집기도 했다.
○ 저소득층도 사용량 줄일 유인책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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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기초수급대상자 등 저소득층은 전기요금의 약 21%를 깎아주는 정률제를 적용받고 있다. 예컨대 한 달 전기요금이 2만 원이면 약 1만6000원, 4만 원이면 약 3만2000원만 내면 된다. 전기를 많이 사용할수록 할인 폭도 커지는 셈이다.
하지만 이번 전기요금 개편안에서 정부는 정액제를 도입해 월 110kW까지는 일정액만 내면 되지만 전기를 그 이상 사용하면 할인혜택을 없애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저소득층도 부담이 커져 아껴 쓸 수밖에 없다.
지경부는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대신 산업용뿐 아니라 가정용에 대해서도 시간대별로 요금을 달리하는 ‘피크타임 요금제’를 시범적으로 실시해 충격을 최소화하는 보완책도 마련하고 있다. 심야시간 등 전기요금이 싼 시간대에 전기를 사용하도록 유도해 각 가정의 부담을 덜어주고 전기 사용의 효율성도 높이자는 취지다. 또 저소득층에는 ‘에너지 바우처(쿠폰)’를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 연간 에너지 수입액은 130조 원
전문가들은 에너지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장기 로드맵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현행 전기요금 체계에서 산업용 요금의 원가보상률(전기요금을 생산원가로 나눈 값)은 89.4%이다. 생산비보다 10%가량 싸게 팔고 있다는 뜻이다. 반면 주택용 및 일반용(공공·영업용) 요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절반 수준에 그치지만 원가보상률이 각각 94.2%와 96.3%로 산업용보다는 높은 편이다. 산업용 전기요금 역시 생산원가에는 못 미치지만 주택용이나 일반용에 비해서는 싸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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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의 97%를 해외에서 수입하는 국내 현실을 감안할 때 국제유가가 급등하면 국가 전체가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지난해 석유, 석탄 등 에너지공급원의 수입액은 1216억 달러(약 130조 원)에 이른다. 이는 한국기업이 반도체와 선박, 디스플레이패널을 수출한 금액과 맞먹는 규모다.
최근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상이변이 자주 나타나 국제적으로 ‘저탄소 사회’로의 이행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것도 현재의 에너지 소비구조를 그대로 방치할 수 없다는 인식에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