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열 건동대 총장
서민의 허리를 휘게 만든 대학 등록금의 문제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정부는 해마다 치솟는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자금 대출제도를 시행해 왔다. 그러나 학자금 대출을 받았다가 금융채무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가 된 대학생 수가 올해로 3만 명을 넘어섰고 이젠 금융채무불이행자가 되지 않으려고 학생들이 웬만하면 대출을 꺼릴 정도까지 됐다.
정부의 등록금 동결 방침과는 딴판으로 대부분의 대학은 해마다 일정한 비율로 등록금을 인상하고 있다. 반값 등록금은 그래서 터져 나온 소리다. 학부모와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줄 목적으로 비싼 등록금을 절반으로 깎아주고 나머지 절반은 국고로 지불해 주자는 내용이다. 그러나 재원 마련이 쉽지 않다. 7조 원에 이르는 반값 등록금은 결국 부메랑이 되어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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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중소기업 가운데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보유하고도 전문성과 자금, 지원 프로그램의 부재로 실패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심지어 정부 정책에 따라 대기업과 협력하려다 아이디어만 뺏기고 문을 닫는 일도 있다. 이들에겐 대학의 전문지식이 절실하다. 중소기업과 적극적으로 협력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이럴 경우 중소기업은 성장을 위한 동력을 얻을 수 있고 대학은 중소기업이 지원하는 장학금으로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덜어주고, 졸업 후 취업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학의 재정 자립도를 높이기 위해선 과감한 변신이 필수적이다. 재정 문제를 푸는 확실한 방법은 재정을 만드는 것이다. 신지식으로 세상이 필요한 것을 만들어 기업에 주고, 이것을 사업화하여 수익모델을 만들고, 그 지분으로 부족한 재정을 메우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미국의 매사추세츠공대(MIT)는 연구 결과를 기업에 넘겨주고 인센티브로 받은 주식을 불려 1조 원의 자금을 만들었다. 미국의 대부분 대학은 재정의 절반 이상을 투자 및 판매 수익으로 충당해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16%에 그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52%나 된다. 우리나라 대학도 협력기업과 협력기관, 전문인력 등과 공동으로 대학의 재정 자립도를 높이는 사업을 서둘러야 한다.
반값 등록금은 대학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 나설 때에만 길이 보인다. 거기엔 대학 스스로의 의지와 자구 노력이 뒤따라야 하며 다양성과 경쟁이 수단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정부가 강조하는 대학 교육의 ‘자율’ ‘다양성’ ‘경쟁’과 일치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
방열 건동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