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찬히 걷다보면 백제가 마중나와
《‘…그리운 그의 노래 다시 들을 수 없어도/맑은 그 숨결/들에 숲 속에 살아갈지어이/쓸쓸한 마음으로 들길 더듬는 행인아….’(신동엽의 시 ‘산에 언덕에’의 일부) 충남 부여의 백제대교 인근 신동엽 시비에는 그의 시 가운데 가장 서정적이라는 이 시가 새겨져 있다.‘껍데기는 가라’로 더 잘 알려진 시인이지만 그를 기리는 고향의 시비는 혁명보다 서정을 담았다.》
사비길 코스의 하나인 충남 부여군 부여읍 동남리 부여중학교와 정림사지 사이의 도성길. 가족 단위 주민들이 산책 삼아 비온 뒤 이 길을 걷고 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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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코스인 왕궁길(10km)은 ‘부소산성∼신동엽 생가∼서동공원∼국립부여박물관∼정림사지∼부소산성’으로 정했다. 두 번째 코스인 도성길(18km)은 ‘부소산성∼구드래∼4대강 산책로∼정계채 가옥∼서동공원∼신동엽 생가∼국립부여박물관∼금성산∼왕릉∼가탑리∼서동공원∼정림사지∼부소산성’이다. 왕궁길은 2시간 반, 도성길은 4시간 반이 소요된다.
부여군은 연말까지 사업비 3억2000만 원을 들여 이 구간의 도로를 정비하고 코스 주변에 안내표지판과 편의시설을 설치하기로 했다.
또 스마트폰으로 찍으면 관광안내를 해주는 QR코드도 주변에 부착하기로 했다. 사비길과는 별도로 백제부흥운동의 본산인 임천면의 성흥산성 등산로를 따라가는 ‘성흥산성 솔바람 길’(5.8km)도 연말까지 조성하기로 했다. 또 부여읍 구드래 금강변과 백제문화단지 등을 연결하는 ‘백마강 녹색 다물길’(20km)을 10월 말까지 구축하기로 했다.
○ 부소산, 정림사지, 연꽃축제…
코스 가운데 부소산은 그 자체로 하나의 둘레길이다. 해발 106m로 하이힐 산행이 무리 없을 정도로 낮고 평평해 주민과 관광객의 산책코스로 이용되고 있다. 부소산성 군창지 영일대 송월대 사비루 영일루 반월루 백화정 궁녀사 삼충사 낙화암 고란사 조룡대 등 무수한 유적을 만날 수 있다.
부여시내 중앙에 있는 정림사지 5층석탑(높이 8.33m)은 건립 시기는 알 수 없지만 현존하는 석탑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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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축제(21∼24일·041-830-2922)를 앞두고 있는 서동공원인 궁남지는 벌써 연꽃으로 뒤덮였고 이 모습을 앵글에 담으려는 사진작가들이 줄을 섰다. 공연 ‘서동의 노래’와 종이 연꽃 만들기 등 16가지 체험프로그램이 마련됐다. 국립부여박물관(041-830-8439)은 관광객도 참여할 수 있는 여름방학 프로그램을 마련 중이다. 향로 만들기 등이 포함된 ‘기구 타고 떠나는 백제금동대향로’와 ‘향로 속 주인공이 되다!’ 행사가 23일과 29일에 각각 열린다. 박물관이 연꽃축제 연계 프로그램으로 22일 여는 ‘문화재 속에 핀 연꽃’은 연꽃 문양이 있는 유물을 찾아보고 궁남지를 답사하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