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감독. 스포츠동아DB.
“작은 규모의 영화가 불쌍하지도 않나.”
김기덕 감독이 이미 “용서했다”고 밝힌 제자 장훈 감독을 향해 또 다시 직설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이번에는 장훈 감독을 비롯해 그가 만든 새 영화 ‘고지전’과 이 작품의 투자·배급사인 쇼박스까지 겨냥했다.
김기덕 감독은 14일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20일 대규모 개봉을 준비 중인 전쟁영화 ‘고지전’을 향해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며 장훈 감독과의 ‘갈등 2라운드’를 시작했다.
‘풍산개’는 김기덕 감독이 각본을 쓰고 제작한 영화로 당초 장훈 감독이 연출하기로 했었지만 제작 상황이 바뀌면서 전재홍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6월23일 개봉했다.
‘풍산개’는 11일까지 전국에서 63만 명의 관객(영화진흥위원회 집계)을 동원하며 흥행에 힘이 붙은 상황. 하지만 여름 극장가 대목을 앞두고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잇따라 개봉하며 스크린 수가 줄어들었다.
김기덕 감독은 ‘고지전’을 비롯해 개봉 첫 주 1400개의 스크린을 확보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트랜스포머3’를 거론하며 “스크린을 장악해 수 백 만 명의 관객이 든다고 해도 무슨 소용인지 의문이 든다”고도 지적했다.
이어 장훈 감독과 쇼박스를 향해 두 가지의 ‘부탁’을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김기덕 감독의 발언에 대해 ‘고지전’ 측은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특히 극장가 대목을 앞두고 스크린 수를 정하는 건 감독이나 제작사의 권한이 아닌 배급사의 전략과 의지로 이뤄지는 만큼 선배 감독이 후배 연출자의 이름을 거론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고지전’ 제작 관계자는 “개봉을 앞두고 유료 시사회를 갖는 건 ‘고지전’ 뿐 아니라 여러 영화들이 해왔던 관행”이라며 “스크린 수를 많이 확보한 것도 여름 극장가 대목에 맞춰 매년 벌어진 일이고 ‘퀵’이나 ‘활’ 같은 영화도 비슷한데 당혹스럽다”고 밝혔다.
장훈 감독을 향한 김기덕 감독의 비판의 목소리는 5월 열린 제64회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부터 시작됐다.
칸 영화제에서 ‘주목할 만한 시선상’을 받은 ‘아리랑’은 9월 이후 국내서 개봉할 예정이다.
이해리 기자 (트위터 @madeinharry ) gofl10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