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수 전문기자
‘정보화’와 ‘디지털화’가 거의 동일한 의미의 단어가 된 요즘, 디지털카메라는 정보기술(IT)을 선도하는 대표적인 제품이 됐다. 다양한 디카가 쏟아지고 성능도 대폭 개선되면서 몇 년 쓰다 버리는 전자제품과 같은 신세가 됐다. 그렇지만 그 편리함은 5000만 명이 사진을 찍는 시대를 열었다. 휴대전화 카메라조차도 시중 카메라 못지않은 기능을 발휘한다. 그런 까닭에 카메라가 있냐고 묻는 것 자체가 공허한 질문이 됐다. 카메라의 확산은 전문가의 영역도 파괴했다. 아마추어의 약진에 당황한 사진전문가는 아마추어들이 근접할 수 없도록 더욱 세분화, 전문화해야만 했다. 이같이 진화를 거듭하는 디카는 우리에게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디카에 내장된 동영상 촬영기능은 유튜브 같은 새로운 미디어에 폭발력을 갖게 했다. 디지털렌즈교환식(DSLR) 카메라는 뮤직비디오, 독립영화, 다큐멘터리 등 동영상 촬영에 투입됐다. 올해 SBS가 방영한 ‘툰드라’는 DSLR 카메라 3대가 만들어낸 작품이다. 앞으로 몇 가지 기술적 문제만 극복되면 모든 영화나 지상파 방송은 물론이고 새로 생겨난 종합편성채널도 이런 DSLR 카메라의 활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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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뉴욕타임스는 미국 리트로 사의 초점을 맞출 필요 없는 카메라를 소개했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물체에 특정 각도로 반사된 빛을 저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에 이 카메라는 이미지센서가 특정한 피사체에 초점을 맞추지 않도록 하면서 새로 고안된 렌즈를 통해 다양한 각도의 빛을 모두 받아들인다. 그렇게 사진을 찍으면 본인이 원하는 부분을 골라 초점을 맞출 수 있게 된다. 게다가 3D 변환도 가능하다. 초점을 맞추며 사진을 찍는 기존의 개념을 완전히 무너뜨린 것이다. 카메라 셔터를 누를 수 있는 나이면 누구나 쉽게 빨리 사진을 찍을 수 있어 획기적이다.
계속되는 이런 ‘카메라 혁명’이 독자와 무슨 상관이냐고 물을지 모르겠다. 안 써도 살아가는 데 지장이 없고 필요할 때 돈 주고 사서 쓰면 된다고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동안의 초조감은 어찌할 것인가. 우리 사회는 아직도 물이 빠르게 흐르는 계류다. 남들이 빠르게 움직이는데 나만 멈춰 서 있으면 저절로 불안해진다. 이런 현상은 이 땅에서 살아가려면 어차피 치러야 할 대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문명의 이기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를 없앨 묘안은 없다. 그래도 이런 글을 통해 변화의 추세라도 알게 되면 조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서영수 전문기자 ku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