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 잘 넘으려면 ‘제철음식’ 보약을
“요즘 최고의 요리가 뭡니까.”
이런 질문을 받는 셰프라면 10명 중 9명은 “지금 나오는 것이요”라고 말할 것이다. 제철에 나오는 신선한 재료를 사용한 음식이 최고의 요리이기 때문이다.
봄철에 마치 ‘자연마트(Mart)’ 같았던 산야는 여름으로 접어들면서 다소 빈약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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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분자 소스 스파게티.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숲에서 자란 재료로 만든 자연 음식은 언제나 맘 편하다.
요즘 전북 고창과 정읍 순창지역을 여행하다 보면 복분자를 수확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전국 생산량의 50%를 차지하는 집산지다. ‘복분자(覆盆子)’란 이름의 유래는 우습고 야하다. 이를 먹으면 어찌나 정력이 강해지고 소변 줄기가 세어지는지 요강이 뒤집어진다고 한다. 그래서 ‘항아리 분(盆)’자, ‘뒤집어질 복(覆)’자, ‘아들 자(子·열매)’자를 쓴다.
원래는 매자라 불렸다. ‘본초몽전’에는 ‘복용하면 익신(益腎)하여 소변을 수렴해 변기가 필요 없다’고 했다. 요강을 뒤엎는 힘이 생기는 게 아니라 신장에 좋아 오줌을 참게 한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전라도 말로 ‘거시기’에 좋은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동의보감’에서도 남성의 양기와 여성의 음기를 보하는 데 탁월하다고 쓰여 있다. 그래서인지 지난달 10일부터 사흘간 전북 고창 선운산 입구에서 열린 복분자 축제장에는 중년이 많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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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에서 생과(生果)를 따는 체험도 쏠쏠한 재미다. 한두 개 먹다 보면 입 주변은 즙으로 온통 진보라색이다. 연인과 이런 체험을 하면서 ‘거품키스’가 아닌 ‘즙키스’를 해보는 게 어떨까.
복분자를 이용한 요리가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다. 육류에 사용하면 누린내가 없어지고, 생선에 사용하면 비린 맛이 사라진다.
어린아이들이 좋아하는 스파게티의 소스를 복분자즙으로 사용해보자. 은은한 보랏빛을 띠며 시각과 미각을 만족시킨다.
도토리빙떡. 산림조합중앙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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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황식품이었던 도토리의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 포만감을 주면서도 칼로리가 낮다.
아콘산 성분은 인체 내 중금속을 흡수 배출한다.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다.
아쉬운 건 100% 국내산 도토리를 접하긴 쉽지 않다는 점. 가을철 국립공원에 가면 ‘도토리를 다람쥐에게 돌려주세요’라고 씌어 있다. 국립공원 내 채취를 금지했기 때문이다.
분말 500g 정도(6500원 선)면 빙떡과 묵 여섯 모 정도를 만들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묵을 만드는 전문가나 초보자나 맛은 ‘도토리 키재기’다.
한식 중식 양식조리기능사 doyoce@donga.com
▼이렇게 만들어요▼
<도토리빙떡>
재료 도토리가루 200g(2컵), 찹쌀가루 3컵, 물 4컵, 무 당근 쇠고기 약간씩
1 도토리가루와 찹쌀가루를 골고루 섞은 후 물을 넣어 반죽한다.
2 무 당근은 5cm 길이로 얇게 채 썰어 소금을 넣고 기름에 살짝 볶은 후 다진 마늘과 파, 참기름 깨소금으로 버무린다.
3 쇠고기도 같은 크기로 채 썰어 간장 설탕 참깨 후추 파 마늘로 양념해 볶은 뒤 무 당근 볶은 것과 함께 버무린다.
4 식용유를 두른 팬에 도토리 반죽을 넣고, 반쯤 익으면 준비된 재료를 올리고 돌돌 말아 지지면 완성.
끈적끈적한 느낌이 싫으면 찹쌀 비율을 낮추면 된다.
<복분자 소스 스파게티>
재료 스파게티 파르메산 치즈 파슬리 복분자농축액 생크림 우유 밀가루 베이컨 양파 소금 후추
1 베이컨과 양파를 볶은 뒤 버터와 밀가루를 같은 양으로 섞어 걸쭉한 화이트소스인 루(Roux)를 만든다.
2 여기에 생크림과 우유를 넣어 끓인 뒤 소금 후추로 간을 맞춘다.
3 끓는 물에 스파게티를 넣고 12분 정도 끓여 소스에 버무린 뒤 복분자농축액을 넣는다.
4 파르메산 치즈와 파슬리 가루를 뿌리면 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