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내놓은 ‘가계부채 연착륙 종합대책’은 가계부채라는 ‘시한폭탄’을 정부가 주도적으로 관리하지 않고 금융회사에 책임을 떠넘긴다는 인상을 준다. 정부는 가계부채가 3월 말로 800조 원을 돌파한 ‘심각한 상황’이라면서도 은행이나 카드회사가 적절히 관리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핵심 대책으로 제시하는 데 그쳤다. 강도를 높여가며 추가 대책을 내놓고도 효과를 거두지 못했던 부동산 대책의 재판(再版)이 돼서는 안 된다.
가계부채는 1999년부터 2010년까지 연평균 13.0% 늘어 경제성장률 7.3%를 크게 웃돌았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1999∼2002년의 경기회복 때 연평균 24.3% 증가했고, 2005∼2006년 주택시장 호황 때는 은행 간 대출 늘리기 경쟁이 붙어 연평균 10.7% 늘었다. 경제규모나 소득수준에 비해 과도하다.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00년 81%에서 작년 155%로 급등했다. 저소득층과 신용등급이 낮은 계층의 부담을 갑자기 키우지 않는 선에서 가계부채 총액을 적정 수준까지 줄여 나가야 한다.
미국 독일 프랑스에서는 대출의 90%가 고정금리 방식이다. 반면에 우리는 주택담보 대출 가운데 95%가 변동금리 대출이어서 금리가 상승할 때 이자 부담이 커진다. 금리가 3개월에 한 번씩 바뀌고 있어 금리변동 충격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정부가 고정금리 대출로 전환할 때 소득공제 혜택을 늘려주거나 중도상환 수수료를 면제하고 금리변동 주기를 늘리도록 유도하는 것으론 부족하다. 가계가 적극적으로 대출구조를 바꾸도록 인센티브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 2016년까지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30%로 높이려는 정부의 방침에 은행도 협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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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앞으로 상황에 따라 추가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지만 근본 대책은 가계부채 상환능력을 높이는 쪽에서 찾아야 한다. 일자리를 늘리고 가계소득을 증가시키는 것이 최선의 해결 방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