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는 기술 대신 하이케트로 승부하렵니다”
한국판 블록버스터 두 편을 2주 간격으로 선보이는 윤제균 감독은 “관객은 하나님이다. 치열하게 찍었으면 손을 잡아 줄 것이고, 교만했다면 심판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한 제작사가 2주 간격으로 100억 원대 블록버스터 2편을 선보이는 ‘도박’은 충무로에선 전례가 없다. 두 편의 마무리 작업으로 정신없이 바쁜 그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 서울 여의도에서 강남구 논현동 사무실로 가는 차 안에서 인터뷰를 하자고 제안했다.
올여름 한국영화의 흥망이 두 어깨에 달렸는데 부담이 크지 않으냐고 운을 뗐다.
“그래도 제작자는 감독보다 낫죠. 제작자는 (영화가) 잘 안 돼도 투자자, 감독 탓으로 돌릴 수 있어요. 하지만 감독은 배우, 스태프를 탓할 수 없어요. 야구 감독이 선수 탓하면 팬들에게 (비겁하다고) 매 맞잖아요.” 무심한 듯한 대답과는 달리 운전대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 보였다.
“이제 쌈마이 영화는 안 만듭니다. 아이가 생기고 난 뒤부터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영화를 만들고 싶었어요. 이번 두 편은 ‘웃기는 기술’ 대신 ‘하이테크 기술’로 승부하는 영화예요.”
이민기, 강예원이 나오는 ‘퀵’은 우연히 폭발물을 배달하게 된 퀵서비스맨의 사투를 그린 영화. 현란한 추격신의 스피드가 압권이라고 그는 소개했다. 국내 최초로 무선 리모컨으로 조종하는 자동차를 이용해 전복, 충돌 장면에서 시속 150km 이상 속력을 내며 박진감을 높였다. 지금까지 국내에선 시속 60km를 넘은 예가 없다고 했다.
“조범구 감독에게 미국의 ‘스피드’나 프랑스 ‘택시’보다 잘 찍을 자신이 없으면 하지 말자고 했어요. 두 영화보다 못하면 평생 욕 얻어먹는다고요. 전체 3800컷 중에 1000컷 이상을 컴퓨터그래픽(CG)으로 만들었어요. 국내 영화 중 CG가 이렇게 많은 영화는 없어요. 눈이 즐거울 겁니다.”
하지원 안성기 오지호 주연의 ‘7광구’는 원유시추선 대원들이 정체불명의 괴물과 사투를 벌이는 SF영화. 한국판 블록버스터로는 처음으로 3D로 촬영했다.
‘7광구’ CJ E&M 제공(왼쪽), ‘퀵’ CJ E&M 제공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처럼 ‘웰 메이드 상업영화’를 만드는 게 목표예요. 주제 파악을 한 거죠. 저 말고도 예술영화를 잘 만드는 분은 많아요. 저는 상업영화에 소질이 있다고 봐요.”
10여 편의 영화를 감독, 제작한 그는 흥행 ‘타율’이 높다. 비결이 뭘까. “자존심을 버렸어요. 저는 충무로에서 가장 ‘폼 안 잡는’ 감독이며 제작자라고 생각해요. 샐러리맨으로 6년 일하면서 위아래 사람 눈치 보는 법을 배웠어요. 조직 생활을 하며 가장 중요한 게 자존심을 버리는 거더군요. 투자자가 투자 안 하면 바로 무릎 꿇어요. 배우 캐스팅이 안 되면 울면서 사정합니다.”
폼 안 잡겠다고는 했지만 제작자로서 야심은 숨기지 않았다. “JK필름을 20세기폭스나 파라마운트 같은 할리우드의 메이저 영화사처럼 키울 겁니다. ‘JK필름이 만들면 무조건 재미있다’는 신뢰를 준다면 가능할 것 같아요.” 시종일관 유쾌하게 웃으며 이야기하던 그의 목소리에 힘이 잔뜩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