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갈리아 유치원의 아이들은 가지고 놀 장난감의 색깔까지 스스로 결정한다. 아이들의 판단과 주체성을 최대한 기르겠다는 취지에 따른 것이다. 사진 출처 데일리메일
한 사내아이가 커다란 장난감 스토브 밑에 숨어 있다 그릇이 올려진 스토브 구멍 위로 갑자기 얼굴을 내밀어 아이들을 놀라게 한다. 일반 가정에서 엄마의 몫이거나 아빠가 대신하는 일인 요리와 설거지, 주방 정리가 이 유치원에서는 재미있는 놀이일 뿐이다. 흔히 남자아이들의 장난감으로 여겨지는 레고 블록 등 집짓기 놀이기구는 장난감 주방 바로 옆에 있다. 요리를 여성의 일로, 건축을 남성의 일로 생각하게 되는 심리적인 구분과 장벽을 없애기 위한 배려다.
지난해 세워져 세금으로 운영되는 이 유치원은 ‘양성평등의 천국’ 스웨덴이 정부 정책으로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양성평등 교육을 실천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이 유치원은 아이들에게 사회적·성적 소수자들을 당연하게 생각하도록 교육한다. 아이들이 읽는 모든 책에는 동성 부부와 한부모 가정, 입양아에 대한 이야기가 녹아 있다. 그 덕분에 아이들은 ‘가족’에 대해서도 새로운 시각을 배운다. 아이들이 ‘가족’ 놀이를 할 때 한 아이가 맡기로 한 ‘엄마’ 역할을 다른 아이도 하겠다고 다툴 때가 있다. 이럴 때 교사들은 아이들에게 “엄마가 두 명, 세 명이면 어떨까” 하고 제안한다.
이 유치원의 교육 방식이 급진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일부 학부모는 “성 역할의 차이를 없애는 데만 집착하면 아이들이 유치원 바깥의 세상을 대할 때 혼란스러워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극우 인종주의자들은 이 유치원이 ‘흑인 인형’을 두는 것에 분노해 유치원을 협박하기도 한다.
그러나 1∼6세 어린이를 가르치는 이 유치원의 인기는 뜨겁다. 부모들은 이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기 위해 얼마든지 기다린다. 대기자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다. 아이를 이곳에 입학시킨 유카 코르피 씨는 “내 아이가 성별에 의해서가 아니라 아이에게 있는 그대로의 모든 가능성을 교육하기 위해 이 유치원을 택했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