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오늘, 따가운 햇볕이 쏟아지는 아스팔트 위. 임권택 감독이 허망한 눈빛으로 허공을 응시할 때, 그의 머리카락은 바리캉에 쓸려나갔다.
이내 삭발이 됐고 이를 지켜보는 안성기, 박중훈, 한석규, 심은하, 전도연, 고소영, 이미연 등 톱스타들의 눈에 이슬이 맺혔다. 임 감독의 약력을 소개하던 명계남의 목소리는 흐느꼈다.
이날 임권택 감독 등 영화 관계자들은 스크린쿼터 사수를 외치며 삭발했다. 스크린쿼터 사수를 위해 모두 300여명의 배우와 감독, 제작자 등 영화 관계자들이 삭발을 결행했다. 이미 그 해 최고 흥행작 ‘쉬리’의 강제규 감독을 비롯해 박광수, 장선우 감독 등도 잇따라 머리카락을 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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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부는 미국의 압력에 밀려 스크린쿼터를 줄이려 했고 영화계는 크게 반발했다. 1998년 12월1일에는 임권택, 정지영, 강우석 등 감독들, 안성기, 박중훈, 강수연, 심혜진, 최진실 등 배우들이 영화 제작을 전면 중단하고 자신들의 영정 사진을 들고 명동성당까지 장의 행렬을 이루기도 했다.
결국 2006년 7월 스크린쿼터는 73일로 줄었고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는 한국영화 점유율이 낮아져도 이를 늘릴 수 없도록 한 ‘현행 유보’를 채택했다.
윤여수 기자 (트위터 @tadada11) tada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