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폰을 가로로 들면 화면도 가로가 되네….” 1년 전만 해도 중력을 인식하는 스마트폰에 놀라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요즘 이런 말을 하면 놀림 받기에 딱 좋다. 가로 세로 화면 전환은 기본이다. 얼굴 쪽으로 스마트폰을 끌어당기기만 해도 화면이 커지고 스마트폰 본체의 키를 누르고 흔들기만 해도 통화 연결이 된다. 사용자의 동작을 인식하는 기능뿐 아니라 화면을 자기 마음대로 꾸미고 업무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기능도 강화됐다. 이 모든 게 차별화 경쟁 때문이다.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비자들이 손끝에서 느끼는 주관적인 감각까지도 경쟁의 대상이 됐다. 스마트폰 주요 제조사들은 사용자환경(UI)과 사용자경험(UX)에서 어떤 새로운 특징을 내세울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
○ 스마트폰이 동작을 알아차린다
추운 겨울, 장갑을 끼고 있을 때 전화가 온다면? 장갑을 벗고 스마트폰을 터치해야 하는 불편함을 감안해 LG전자는 흔들면 전화를 받을 수 있는 사용자환경(UI)을 선보였다. 스마트폰 왼쪽의 키를 누르고 흔들기만 하면 된다. LG전자 제공
올 초 LG전자 개발팀은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불편해할 만한 상황을 모조리 써내려갔다. 두께가 얇고 화려한 디스플레이로만 경쟁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뭔가 소비자들이 체험으로 느낄 만한 새로운 기능을 넣어야 했다.
이는 세 가지 센서 덕분이다. 방위각을 인식하는 ‘지자기 센서’, 휴대전화의 기울기를 인지하는 ‘가속도 센서’, 기울기의 각속도를 검출하는 ‘자이로 센서’가 스마트폰의 행동반경을 아홉 가지 축에서 파악한다. 이 덕분에 옵티머스 블랙 왼쪽에 있는 ‘제스처(G)키’를 누르고 흔들기만 하면 오는 전화를 받을 수 있다. 전화벨이나 알람이 울리면 뒤집는 행동만으로 ‘무음모드’가 된다. 커서를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이동시키고 싶다면 스마트폰의 왼쪽이나 오른쪽을 두드리기만 하면 된다.
LG전자 관계자는 “동작 인식 특성상 사용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기능이 실행돼 오히려 불편을 줄 수 있다 점이 기획 초기부터 담당자들을 괴롭힌 큰 숙제였다. 다양한 움직임 중에서 어떤 것만 잡아낼지도 고민이었다”고 말했다. 사용자의 행동을 검증하고 실험하느라 제스처 UI를 만드는 데 6개월 이상이 걸렸다.
갤럭시S2의 ‘모션 UI’도 화제다. 화면에 손을 올린 채 몸으로 가까이 가져오면 확대, 밀어내면 작아지는 기능이다. 모션 UI도 음악을 듣다 스마트폰을 뒤집으면 일시정지가 되고 전화벨이 울릴 때 뒤집으면 무음(無音)모드가 된다. HTC는 시끄럽게 울리던 휴대전화를 집어 들면 벨소리가 자동으로 작아지는 기능을 넣기도 했다.
○ 위젯을 내 맘대로 꾸민다
삼성전자는 증권 날씨 액자 같은 ‘위젯’을 사용자가 원하는 사이즈에 맞게 구성할 수 있는 기능인 ‘라이브패널’을 선보였다. 위젯은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지 않아도 아이콘에서 그 내용을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라이브패널을 이용하면 스마트폰 화면을 잡지 처럼 꾸밀 수 있다. 삼성전자 제공
HTC의 ‘센스 UI’에는 맞춤형 ‘액티브 록스크린(Active lockscreen)’ 기능이 있다. 예전에는 단순히 껐다 켰다만 할 수 있는 화면이었지만 여기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데이트, 사진, 날씨, 주식 등 중요한 정보와 콘텐츠도 볼 수 있도록 했다. 스마트폰 홈페이지로 가지 않아도 정보를 볼 수 있는 셈이다. 또 화면을 켜자마자 전화 걸기, 메일 작성, 사진 촬영 등 원하는 애플리케이션을 바로 실행할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됐다. 이 밖에 전화가 왔을 때 상대방의 이름과 전화번호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상대방의 페이스북 사진과 글도 함께 보여주는 서비스도 만들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