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 수사개시권’ 갈등
당초 검찰과 경찰은 이날 국무총리실 중재로 합의안을 만들어 국회에 보고하기로 했으나 견해차가 커 합의에는 실패했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주재한 뒤 이귀남 법무부 장관 및 조현오 경찰청장과의 3자 회동을 갖고 총리실이 마련한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검경 양측은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중재안은 검사의 수사지휘권을 인정하면서 경찰에 수사개시권은 물론이고 진행권까지 부여하는 내용으로 전해졌다.
국무총리실은 미리 만든 중재안을 이날 여야 소위 간사로 구성된 5인 회의에 보고했다. 여야와 경찰은 중재안에 찬성했으나 검찰은 수사개시권 명문화에 반대한다는 당초 입장을 고수했다. 사개특위는 20일 5인 회의를 열어 수사개시권 명시 논란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기로 했다.
○ “경찰의 실적 경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검찰
검찰은 “경찰이 수사개시권을 갖게 되면 무분별한 수사로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범죄를 적발하거나 형사처벌 대상자가 많을수록 높은 점수를 주는 현행 경찰 인사평가 시스템을 감안할 때 수사개시권 부여는 실적 경쟁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크다는 것이다. 또 정치인이나 고위 공직자가 연루된 사건은 검사가 아닌 경찰이 독자적으로 수사하면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일선 경찰서장 등 경찰 수사지휘 라인에 수사 전문가가 아닌 경비, 정보, 경무 업무가 주특기인 간부가 많다는 점도 문제로 꼽는다.
○ “수사 현실을 반영해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경찰
경찰은 ‘입건 남발과 무더기 입건 등으로 인권침해 우려가 있다’는 검찰 측 주장에 대해 “구속 등 강제수사 영역은 여전히 검찰의 지휘를 받아야 하는 데다 입건 후에도 기소는 검찰이 하게 돼 있는 만큼 문제될 게 없다”는 견해다. 선거·공안 등 주요 사건은 현재와 마찬가지로 입건기준을 검찰이 지휘하는 만큼 달라질 것이 없다는 게 경찰 측 시각이다.
○ ‘밥그릇 싸움’이라는 대통령 말에 ‘검찰, 불만’ ‘경찰, 서운’
이날 이명박 대통령이 ‘민생 점검 및 공직윤리 확립을 위한 장차관 국정토론회’에서 검경 간 갈등을 ‘밥그릇 싸움’이라고 질타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선 경찰관들은 섭섭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경정급 간부는 “밥그릇 다툼이라는 표현은 맞지 않는 것 같다”며 “경찰의 요구는 수사 개시 등 이미 있는 현실을 법제화해 달라는 것일 뿐 검찰처럼 정부에 권리를 더 보장해 달라고 조르는 게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검찰은 공식 반응을 자제하면서도 이 발언의 속뜻을 알기 위해 고심하는 분위기였다. 수사권 조정 논의에 반발해온 평검사들은 더욱 격양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수도권 지검에서 근무하는 한 검사는 “행정부 수장이 형사사법제도의 근간을 바꾸는 수사권 조정 논의를 한갓 밥그릇 싸움으로 치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신광영 기자 n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