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을 피하기 위해 건설사들이 중대형의 3.3m²당 분양가를 중소형보다 싸게 책정하면서 매매·전세시장을 넘어 신규 분양시장에서도 ‘가격 역전’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단지들이 속속 청약에 성공하면서 인근 지역에서 분양을 앞둔 다른 업체들의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의왕내손 e편한세상’은 올 초 사전 마케팅을 실시한 뒤 고심 끝에 분양가를 결정했다. 홍영석 분양소장은 “중대형 성적은 장담할 수 없는 시기라는 판단에 여러 시뮬레이션 끝에 분양가를 조정하게 됐다”고 전했다. 기존 분양 아파트를 통한 ‘학습효과’도 있었다. 지난해 경기 수원시 광교에서 분양한 단지에서 전용 98m², 127m², 150m² 가운데 150m² 주택형의 분양가를 가장 싸게 책정한 결과 세 개 주택형 가운데 계약률이 가장 높게 나타나는 이례적인 결과가 나왔다.
광고 로드중
이 회사는 최근 분양을 시작한 ‘강서 한강자이’에 대해서도 전용 98∼154m²인 중대형은 중도금 60%에 대한 무이자 대출 혜택을 주는 반면 59, 84m²는 이자 후불제만 적용했다. 중대형에만 이자 할인 혜택을 준 셈이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경기 평택시 비전동의 ‘평택 비전 롯데캐슬’과 부산 사하구 구평동의 ‘구평 엘리시아’ 역시 현재 중대형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분양하고 있다. ‘평택 비전 롯데캐슬’의 전용 59m² 주택형의 3.3m²당 분양가는 843만 원인 반면 122m²의 분양가는 809만∼821만 원에 책정됐다. ‘구평 엘리시아’는 59m²의 3.3m²당 분양가가 603만 원, 가장 큰 84m²는 582만 원 수준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대형은 여전히 공급 과잉이기 때문에 당분간은 중대형 미분양 물량이 많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가격 역전’ 현상이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건혁 기자 realist@donga.com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