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비 한푼 안써도 등록금은 꼬박꼬박■ 부실대학 실상은
대출제한 대학은 취업률, 재학생충원율, 전임교원확보율 등 대학 교육여건이 현저히 낮은 사실상의 부실대학을 의미. 자료: 교육과학기술부
○ 재단비리로 학업은 뒷전
지난해 2월경 전남지역 D대는 ‘신입생이 없다’는 이유로 건축학과와 나노환경공학과 등 4개 학과를 없앴다. 해당학과 교수 8명은 면직시켰다. 하지만 이들은 “총장의 교비 횡령 사건 등에 대해 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던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들만 폐과 과정에서 면직됐다”고 주장했다. 면직당한 교수 8명은 복직 소송을 제기해 올 2월 교수 3명은 광주고법에서 최종 승소했다. 승소한 교수 3명은 학교로 복직했다. 나머지 교수 5명은 복직 소송을 진행 중이다. D대는 2006년 당시 이사장 겸 총장의 교비 횡령 사건이 교육부 감사에서 들통 났다. 검찰은 교비 68억 원을 횡령 및 유용한 혐의로 총장 등을 기소했다. 당시 총장은 서울이나 충남 당진지역에 학교를 짓는다며 학생들이 낸 등록금 등으로 땅을 샀다. 또 목포시내에 평생교육원을 운영하기 위해 건물을 사들였다. 교수협의회는 기자회견을 갖고 “총장 등이 수백억 원을 횡령했다”고 폭로했다. 이후 학교와 교수 사이에 소송이 이어졌다. 일부 교수는 복직과 파면을 세 차례 반복하는 등 마찰이 계속됐다. 해직 교수들은 “학교 측이 교육시설과 연구에 쓸 학생 등록금을 엉뚱한 곳에 투자하면서 잦은 분쟁과 강의 수준 하락 등으로 파행 운영을 거듭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비만 받으면 된다’는 식으로 불법 행위를 서슴지 않는 대학도 있다. 충청지역 B전문대는 2008년 한 학기당 150만 원의 등록금을 받고 중국인 어학연수생을 유치했다. 이 학교는 어학연수생이 수업에 나오지 않고 사실상 불법 취업을 한 점을 알면서도 등록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출석부를 조작했다가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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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가 발행한 전국 전문대 편람에 따르면 경북지역 2년제 S대의 경우 올해 전체 15개 학과 중 7개 학과의 이름을 바꾸거나 폐지했다. 전체 학과의 47%가 어떤 식으로든 변경된 셈이다. S대는 최근 3년 사이에 신설한 학과만 6개나 된다. 심지어 디지털영상콘텐츠과는 신입생이 들어오지 않아서 신설 1년 만에 없앴다. 학과 신설 및 폐지는 산업구조, 사회현상 등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야 함에도 신입생 유치를 손쉽게 하기 위해 졸속 추진되는 경우가 많다. 급조한 학과에서 양질의 교육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게 교육 전문가들의 대체적 시각이다. 우수 교수 확보, 전공 실험 및 실습 장비 등의 투자도 없는 데다 학생 진로, 산학협력 등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실제로 학생 수가 크게 감소한 경북지역 한 4년제 K대의 경우 2009, 2010년 2년 연속 연구비를 단 한 푼도 쓰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 대학의 등록금은 명문대와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다. 대학경영정보 제공 사이트인 대학알리미(www.academyinfo.go.kr)에 따르면 S대는 연간 529만2000원, M대는 558만6000원. 전국 4년제 대학 인문계열 평균 등록금 600여만 원과 큰 차이가 없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수(교육학과)는 “학생 수가 갈수록 줄고 대학이 넘치는 상황에서 부실대학 구조조정은 시급하다”며 “정부 교육재정의 효율적인 집행을 위해서라도 부실대학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청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