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16개 전구단 선수·지도자·임직원 사상 초유 워크숍“축구 죽이는 승부조작 퇴출”뜨거운 맹세정총재 “비리 덮어주는 건 의리 아니다”1300여명 전원 늦은 밤까지 난상토론강연·토론 불구 강력한 메시지는 “글쎄”
K리그 16구단 선수단 및 코칭스태프, 임직원이 참석한 프로축구 2011 K리그 워크숍이 31일 강원도 평창군 한화휘닉스파크에서 열렸다. 이틀동안 열린 워크숍에서 프로축구연맹 정몽규 총재가 개회식 인사말을 하고 있다. 평창 | 김종원기자 (트위터 @beanjjun) won@donga.com
광고 로드중
K리그 각 구단 상징 색으로 도배된 버스들이 5월31일 강원도 평창 한화피닉스파크 앞에 줄줄이 섰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최근 불거진 승부조작 파문과 관련해 16개 구단 선수, 코칭스태프, 임직원들을 모두 모아 워크숍을 열었다. K리그 역사상 전 구단 선수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모임 자체만으로 K리그의 절박함을 느낄 수 있다.
13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강당이 꽉 찼다.
○일부의 잘못이 아닌 모두 책임
광고 로드중
취재진에게 사건의 향후 추이 등을 물으며 깊은 관심을 보이는 선수들도 있었다. 고참 급 선수는 “검찰이 도대체 어디까지 수사하는 거냐. 이러다 축구계 다 죽는 거 아니냐”고 걱정했다. 5월30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정종관과 전북 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강원 정경호는 “최근에 전화를 했더니 안 받더라. 정말 충격적이다”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승부조작 사건에 선수들이 직접 연루된 대전 왕선재, 광주 최만희 감독은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며 말을 아꼈다. 다른 감독들도 조심스러워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감독들은 입을 모아 “일부의 잘못이 아니다. 모두 책임을 통감 한다”고 침통해 했다.
○동료 잘못 나무라는 게 진짜 의리
연맹 정몽규 총재의 개회사에 이어 강연이 시작됐다. 정 총재는 “동료를 덮어주거나 감싸주는 게 의리가 아니다. 동료가 잘못 된 것을 보면 나무라고 질책하고 드러내는 게 진짜 의리다. 그래야 자칫 검은 손길에 빠질 수 있는 동료를 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광고 로드중
대부분 선수들은 진지하게 경청했다. 그러나 귀에 쏙 들어올 만큼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는 없었다.
구단 관계자는 “선수들이 강연을 듣고 앞으로 베팅, 승부조작을 절대 해서는 안 되겠다고 다짐할 정도로 강력한 내용이 담겨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부족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직급별 난상토론
연맹은 이날 모든 강연을 언론에 공개했지만 마지막 프로그램은 비공개였다.
광고 로드중
특히 정몽규 총재가 강한 의지를 보였다. 정 총재는 사·단장과 감독, 주장들의 간담회장을 차례로 들러 진지하게 경청했다. 선수들 의견 가운데 연맹 집행부도 같이 들을 만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했다. 집행부와 선수들의 합동 간담회를 제안했다. 방으로 올라갔던 선수들이 다시 내려와 합세하는 등 분위기가 급박하게 돌아갔다.
감독들도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특히 승부조작의 온상이 된 리그 컵을 정규시즌 전 마무리해 집중도를 높이고 팬들의 관심을 끌자는 주장이 나왔다. 올 시즌 리그를 일단 중단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평창 | 윤태석 기자 (트위터@Bergkamp08) sport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