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유학생들이 외국어 교실 열어… 한류붐 타고 수강 열기
24일 저녁 일본 도쿄대 강의실에서 한국인 유학생이 도쿄대 학생과 교직원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도나리(隣·이웃). 규슈(九州)에 살았는데, 한국까지 고속 배로 1시간 정도밖에 안 걸렸어요.”
24일 저녁 일본 도쿄 분쿄(文京) 구에 있는 도쿄대의 한 강의실. 정규 수업이 모두 끝난 뒤 모여든 7명의 학생과 2명의 ‘선생님’은 한글공부에 여념이 없었다. 매주 화·수·목요일 오후 6시 15분부터 1시간 30분 동안 열리는 한국어교실이다.
한국어를 무료로 가르쳐 준다는 포스터를 보고 59명이 찾아왔다. 교직원과 일본인 학생은 물론 중국 대만 독일 러시아 미얀마 출신 유학생도 있어 한류 붐의 저변을 실감케 했다. 입문·초급·중급 등 수준별로 3개월 동안 12차례씩 수업한 뒤 2월엔 ‘책거리의 밤’ 행사를 열어 윷놀이, 제기차기, 공기놀이를 함께했다.
한국인 유학생들이 자원봉사로 ‘선생님’을 맡고, 유학생회와 지난해 설립된 도쿄대 현대한국연구센터가 프로그램을 총괄한다. 이들은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수업시간에 한국과자를 내놓고 수강생들과 한국식당에 함께 가는 등 ‘시간’과 ‘돈’을 흔쾌히 투자하고 있다. 소식을 들은 경희대 어학연구소에서는 수준별 한국어 교재를 무상으로 보내줬다. 깐깐하기로 소문난 도쿄대도 학생과 수강생들의 열정에 감동해 강의실을 내주는 등 행정지원에 나섰다.
‘스타 강사’로 소문난 김우경 유학생회장(화학생명공학 박사과정)은 “작년에 수업을 들었던 한 학생은 소녀시대 신곡이 나오면 도리어 나에게 가르쳐 줄 정도로 한국 팬이 됐다”고 말했다.
올해는 대지진 때문에 이달 17일에야 수업을 시작했다. 본국으로 돌아간 유학생이 많아 지난해보다 적은 34명이 모였지만 24일 수업에는 등록하지 않았던 학생이 찾아오는 등 수강자가 늘어나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