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면 아프다 말하는 문화 필요” 군의관
▽권=군의관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의무 복무하는 군의관이고 다른 하나는 직업 군인이지요. 의무 복무하는 군의관이 96%(2310명) 정도라고 보면 됩니다. 사실 진료하는 군의관은 단기 군의관(의무 복무)이 대부분이고 장기 군의관(직업 군의관)은 4%(88명)에 불과합니다. 장기 군의관들은 주로 군병원 경영과 의무사령부에서 일하고 있지요.
▽이=단기 군의관은 의사가 된 후 전문의를 마친 경우와 인턴만 마친 경우가 있죠. 인턴을 마친 사람은 대부분 의무대에 근무하고 전문의를 딴 사람은 주로 병원에서 근무하지요. 장기 군의관은 사관학교를 마치고 의대에 위탁교육을 온 군인이거나 의무복무 군의관 중에서 장기복무를 지원한 사람이고요. 그런데 정말 군대에서는 의료사고가 많은가요? 그리고 정말 의술이 부족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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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실과 달리 일반인은 여전히 군 병원에 대한 불신감이 많이 있습니다.
▽권=일반인의 불신감 뒤엔 그들도 경험한 군대생활이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위생병’에게 포경수술을 받은 사람도 있고 군의관에게 진료 안 받고도 위생병에게 약을 타 먹은 경험이 있죠. 가끔 군의관에게 꾀병으로 의심받아본 억울함도 있고요. 그러다보니 군 의료체계 전체를 불신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근데 이것은 한국군 전체가 갖고 있는 징병제의 한계이기도 합니다.
▽이=네, 군대 생활이 그렇게 고급스러운 건 아니니까요. 이런 경험이 군 병원은 무조건 열악하고 실력이 없다고 생각하게 만듭니다. 결국 힘든 군 생활의 경험이 있는 일반인은 사태의 본질을 왜곡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군요.
▽권=네 맞아요. 민간병원이라고 해서 그런 환자를 정확히 발견해내고 적절한 치료를 받게 했을지는 모를 일이죠. 사회에서도 비슷한 의료사고는 많이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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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사실 민간 병원과 달리 군대는 대대단위로 의무대가 설치돼 있어 군의관을 만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다만 전방부대의 경우에는 부대의 위치가 민간병원이나 군병원으로부터 멀기 때문에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후송체계에 미흡한 점이 있습니다.
▽이=최근 정치권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방의학원을 만들어 전문 인력을 키우자는 의견도 있습니다. 국방의학원은 의학전문대학원, 국방의료원, 국방의학연구소 등을 한군데에 집중시켜 효율성을 높이자는 취지인 것 같던데요.
▽권=국방의학원은 직업 군의관 후보 40명을 선발해서 무료로 가르쳐서 전문의자격 취득까지 보장하는 것이죠. 그런데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이후에 받았던 장학금을 국방부에 되돌려주면 언제든지 전역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과거에도 국방장학생 중 상당수가 중간에 그만두었습니다. 군인만 진료하는 병원을 민간에서 만들면 그곳에서도 의사들이 병원을 그만두는 사태를 막을 수 없을 것입니다. 국방의학원 도입에서 낭비 요소가 없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우선은 인력의 재교육, 시설의 현대화, 민간병원 협력 등이 중요한 문제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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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간병원이었다면 끊임없는 투자와 재교육이 뒤따랐을 텐데요
▽권=그렇습니다. 또한 군대의 의료문화를 바꾸는 것도 중요합니다. 건강은 누가 지켜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지키는 것입니다.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고 즉시 의사를 만나러 가는 것이 좋습니다.
대화를 진행하면서 비록 계급사회라서 제약이 있지만 군인이라도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또한 진단이 늦어지거나 큰 수술을 해야 한다면 민간병원을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군인에게도 건강보험을 적용해 주고 있기 때문에 민간병원 이용에도 큰 불편은 없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