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제조각 이어만든 ‘찰갑’ 형태… 온전한 발굴 남-북-중 첫 사례
경기 연천군 임진강변 무등리 제2보루 내 주요 군사건물을 지키던 고구려 장군의 철비늘갑옷. 목부터 어깨를 감싸는 부분이 쌍영총 고구려 장수 벽화와 유사하다. 연천=김진 기자 holyjjin@donga.com
경기 연천군 고구려 보루유적을 발굴 중인 서울대박물관 발굴조사단(단장 이선복 교수)은 “임진강변 무등리 제2보루에서 고구려 무사의 철비늘갑옷을 찾아내 발굴을 진행하고 있다”고 17일 밝혔다.
그동안 고구려 철비늘갑옷의 조각들이 몇 개씩 발굴된 적은 있지만 온전한 모습으로 발굴되기는 한국과 북한 중국을 통틀어 이번이 처음이다.
철비늘갑옷의 일부가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달 8일. 철비늘갑옷은 성곽 내 주요 군사건물의 출입구로 추정되는 문기둥 바로 옆에서 발견됐다. 처음엔 철갑옷의 목 부분만 노출됐지만 발굴이 진행되면서 17일엔 어깨 부분과 팔목 부분까지 노출돼 온전한 갑옷의 모습을 드러냈다. 이선복 교수는 “출입구 옆에서 발견된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주요 군사시설을 지키던 고구려 장수가 신라군의 급습을 받아 급히 갑옷을 버려두고 도망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발굴된 철갑옷은 작은 철제 조각들을 가죽끈으로 이어 만든 ‘찰갑’ 형태다. 철판을 가슴 부위에 통째로 댄 가야군의 ‘판갑’과는 다른 모습이다. 고구려 병사의 철갑옷은 그동안 고구려 벽화를 통해서나 그 모습을 짐작할 수 있었지만 이번 발굴로 정확한 형태를 알 수 있게 됐다. 이 교수는 “실물로 고구려 철갑옷의 온전한 형태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고대사 연구에 있어 일대 사건이다. 삼국시대 전쟁사 및 고구려 연구에 귀중한 사료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연천의 임진강 유역에서는 그동안 고구려성곽, 단야로(제철시설), 불에 탄 군량미 등이 발굴된 바 있다. 발굴조사단은 18일 오후 발굴 현장에서 학술자문회의를 열고 발굴조사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다.
연천=김진 기자 holyjjin@donga.com